프로야구 잠실 라이벌전에서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LG 트윈스 선발투수 우규민(30)과 두산 베어스 타자 오재원(30) 사이에서 벌어진 빈볼시비가 발단이었다. 우규민과 오재원이 핏대를 세우며 서로에게 다가간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두 팀 선수들은 재빠르게 달려들어 최악의 충돌을 막았다.
상황은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벌어졌다. 두 팀이 3대 3으로 맞선 3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오재원이 볼넷으로 출루한 직후였다. 우규민이 던진 7구째는 오재원의 머리 쪽으로 향했다. 오재원은 몸에 공이 닿았다고 주장했다. 중계방송 화면에서 공은 상반신을 숙인 오재원의 등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하지만 화면상으로는 공이 오재원의 등을 스쳤는지 가리기 어려웠다. 주심의 판정은 데드볼이 아닌 볼넷이었다.
오재원은 큰 충격이 없었던 듯 1루로 걸어 나갔다. 하지만 우규민을 반복적으로 바라보며 불쾌한 감정을 표시했다. 우규민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우규민은 오재원에게 무언가를 말하며 되받았다. 1루로 나간 오재원과 마운드의 우규민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서로에게 다가갔다. 두 선수의 입 모양으로 볼 때 “안 맞았잖아. 뭐라고?”(우규민)와 “맞았어. 맞았다고!”(오재원)라는 말이 오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때 내·외야에서 수비 중이었던 LG 선수들이 먼저 달려들었다. 거의 충돌 직전에 있었던 오재원과 우규민의 사이를 떼어냈다. 더그아웃의 두 팀 선수들도 그라운드로 나왔다. 더그아웃의 벤치를 싹 비운 벤치클리어링이었다. 오재원과 우규민의 싸움을 말린 두 팀 선수들은 상황을 길게 끌지 않았다. 우규민은 곧바로 이어진 2사 1루에서 두산의 후속타자 양의지를 유격수 플라이로 잡고 3회말 마지막 아웃카운트 잡았다.
경기는 두산의 8대 4 승리로 끝났다. LG가 7회초 1점을 만회하는 동안 두산은 남은 5이닝 동안 5점을 뽑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