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아이들 거의 다 해요.” 한 고등학생의 고백이다. 같은 반 친구들이 다 하고 있다는 것은 ‘불법 도박’이었다. MBC 경찰청사람들 2015가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져 1억5000만원 상당의 물건을 훔친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다룬다.
1일 MBC에 따르면 경찰청사람들은 오는 2일 밤 11시15분 ‘범죄의 탄생’ 편에서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이모군을 조명한다. 이군은 집에서 착한 아들, 학교에서 인기 많은 밴드 동아리의 모범생이었다. 그런 그를 절도범으로 전락하게 만든 것은 불법 스포츠 도박이었다.
처음에는 반 친구들과 함께 재미로 시작했으나 곧 도박에 심각하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스마트 폰으로, 방과 후에는 친구 집, PC방 등을 돌며 온종일 도박에 빠져들었다. 그는 학교도 가지 않고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막노동을 전전했다. 그러나 자금은 턱없이 부족했다.
고민 끝에 생각해 낸 것은 바로 교회의 앰프를 훔쳐 중고로 되파는 것이었다. 밴드 동아리 멤버였던 이군은 앰프가 수백 만 원에 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수도권 일대 22곳의 교회에서 1억5000만원어치의 앰프를 훔쳤다.
당시 이군을 검거했던 경찰은 CCTV를 확인하다 특이점을 발견했다. 이군이 앰프를 훔쳐나가다가 멈춰서 CCTV를 향해 꾸벅꾸벅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이군은 도박중독을 끊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범행을 이어갔지만 늘 죄책감을 안고 있었다. 그래서 교인으로서 참회하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향해 인사를 했던 것이다.
엄지영 기자 acircle1217@kmib.co.kr
훔치면서 CCTV에 꾸벅 인사한 도둑… 알고 보니 ‘토쟁이’ 고교생
입력 2015-07-01 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