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발레단인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에서 75년 만에 처음으로 흑인 여성 수석무용수가 탄생했다. ABT는 1일(한국시간) 솔로이스트인 미스티 코플랜드(32)를 수석무용수로 승급시켰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언론은 “코플랜드가 미국 발레의 인종장벽을 뛰어넘었다”고 보도했다. 13살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발레를 시작한 코플랜드는 2000년 ABT에 입단해 2007년부터 솔로이스트로 활약했다. 이번 시즌 줄리 켄트 등 선배 주역 무용수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수석 승급이 유력시 됐었다. 특히 6월 ‘백조의 호수’에서 흑인 발레리나로는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평소 흑인차별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코플랜드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내 자신을 의심하며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솔직히 내가 ABT에서 수석 무용수까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다음 세대를 위해 큰 디딤돌이 된 것 같다”고 기뻐했다.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도 발레는 백인 중심의 보수적인 문화가 뿌리 깊은 편이다. 발레리나는 발레리노에 비해 더욱 차별을 받았다. 미국 발레 역사상 흑인으로 처음 수석무용수 자리에 오른 인물은 1962년 뉴욕시티발레단의 발레리노 아더 미첼이었다. ABT에서는 흑인 발레리노 데스몬드 리처드슨이 1997년 주역으로 활약한 바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75년 역사의 명문 ABT에서 첫 흑인 수석 발레리나 탄생
입력 2015-07-01 1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