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에… 수출부진에… 빈사에 빠진 기업

입력 2015-06-30 19:51

국내기업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수출부진의 타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기업 체감경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추락한 데 이어 산업생산 지표 부진은 장기화할 조짐이다.

한국은행은 ‘2015년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서 제조업의 업황 BSI가 66으로 집계돼 5월(73)보다 7포인트 떨어졌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2009년 3월(56) 이후 6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BSI는 기업이 느끼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100 이상이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7월 업황 전망BSI도 67로 나타나 5월에 조사했던 6월 전망치(76)보다 9포인트나 하락했다. 한은 관계자는 “메르스 여파가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하면서 기업 경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업별로 보면 대기업의 업황BSI는 5월 78에서 6월 73으로 떨어졌고 중소기업 업황BSI(57)는 5월보다 8포인트 내렸다. 비제조업(서비스업)의 6월 업황BSI는 65로 5월보다 11포인트 하락하면서 제조업보다도 낙폭이 컸다. 2년4개월 전인 2013년 2월(65)과 같은 수준이다.

5월 산업생산은 메르스 여파가 불거지기도 전임에도 3개월째 내리막길을 탔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체 산업생산은 4월보다 0.6% 줄어 3월(-0.5%) 이후 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5월 광공업 생산은 자동차(-3.7%), 반도체(-4.8%)가 부진하면서 전월보다 1.3% 감소했다. 수출이 감소한데 따른 영향이 가장 크다. 이로 인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0.7% 포인트 하락한 73.4%를 나타냈다.

더 큰 문제는 메르스 여파가 본격화된 6월 지표다. 중국 경기 악화 등 대외여건이 좋지 않음에 따라 수출 부진이 단기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메르스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로 인해 산업생산 부분에서는 엎친데 덮친격이 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5월 산업활동 동향 및 평가 자료에서 “메르스 영향, 그리스 채무 관련 협상 난항 등 대내외 위험요인이 확대돼 6월에도 부진이 지속·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