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고 분하고 잠 못 이루고… 메르스 유가족 또다른 고통

입력 2015-06-30 17:30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망자의 유가족 10명 중 4명은 우울감과 불면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2명은 ‘분노’를 느끼고 있다. 추가 환자는 사흘 연속 발생하지 않아 진정세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30일 메르스 유가족 68명에게 심리지원 서비스를 실시한 결과 우울과 불면을 호소하는 경우가 41%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19%는 분노를 표시했고, 18%는 생계지원을 요구했다.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4%)와 불안하다는 답변(3%)도 있었다.

심리지원은 지난달 16일부터 29일까지 유가족과 완치 후 퇴원자 74명, 격리자 348명, 일반인 43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일부만 직접 얼굴을 맞댄 상담이었고 대부분은 전화로 상담이 이뤄졌다.

유가족 상당수가 정신적 고통을 겪는 건 갑작스런 사망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메르스 사망자 33명 가운데 평소 별다른 질환이 없던 사람이 3명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보건 당국에 의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으나 감염 전에는 건강했던 사람도 여럿이었다.

국내 메르스 치사율은 현재 18.1%를 기록하고 있다. 보건 당국 관계자는 “중증환자 진료가 아직 진행 중이어서 치사율을 사우디아라비아와 비교해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현재 상태가 불안정한 환자는 13명이다. 사망자는 이날 1명이 추가됐다. 심장판막질환과 뇌경색 등을 앓고 있던 81세 여성(50번 환자)이다.

한편 추가 환자가 사흘 연속 나오지 않아 ‘3차 유행’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사태 종료 시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보건 당국과 감염병 전문가 모두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태가 종료되려면 무엇보다 추가 환자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아직 집중관리병원이 7곳이나 있다. 가장 우려되는 건 173번 환자(70·여·사망)를 연결고리로 한 추가 감염이다. 이 환자는 서울 한림대 강동성심병원에서 17·18일 외래 진료를 받았고 20~22일에는 중환자실에 있었다. 폐렴 증세가 심해 전염력도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22일을 최종 노출일로 계산할 경우 잠복기는 6일까지다.

강동경희대병원 간호사인 182번 환자(27·여)와 접촉한 사람들의 격리 기간도 11~12일 종료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추가 환자가 생기면 또 격리기간이 연장되므로 아직은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격리자는 2638명이다.

환자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 계속될 경우 이르면 7월 말이나 8월 초 사태가 종료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당국은 잠복기의 2배인 28일간 환자가 없으면 사태 종료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엄중식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간헐적으로 환자가 발생하면 종료 시점이 9월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온라인 편집=김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