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갑질한 경비원들… 시장 지켜준다면서 상인들 돈 뜯어

입력 2015-06-30 17:29
‘시장 지킴이’로 고용된 경비원들이 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갑질’을 하며 상습적으로 돈을 뜯어내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30일 종로구의 대형 재래시장에서 상인들로부터 ‘보호관리비’나 ‘명절 떡값’ 명목으로 수년간 금품을 뜯어온 경비대장 김모(63)씨 등 3명을 상습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2013년 4월부터 2년간 상인 300여명이 약 5500만원을 뜯겼다고 밝혔다.

김씨 등은 안전사고 예방과 질서 유지를 위해 시장 관리회사가 고용한 경비원들이다. 그러나 권한이 주어지자 이를 이용해 주머니를 채웠다. 이들은 시장 내규에 따라 점포와 도로 사이에 황색 실선을 긋고 상인들이 이 선 밖으로 물건을 진열하지 못하게 ‘단속’했다. 겨울에는 화재 예방을 명분으로 상인들의 개별적인 난방용 화기 사용도 단속했다. 이런 단속에 적발된 상인에게는 ‘앞으로 조심하겠다'는 각서를 받았고, 세 번째 적발되면 사흘간 영업정라는 ‘처벌’도 했다.

이렇게 강도 높은 관리체계를 갖춘 뒤 매일 오후 7시 각 점포와 노점을 돌며 1곳당 3000원씩 받아갔다. 주말엔 5000원씩, 추석과 설에는 1만원씩을 요구했다. 상인들은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거부할 경우 단속에 걸려 영업을 못하게 되거나 시장과의 재계약이 어려워질까 봐 돈을 줬다. 경비원들은 이 돈을 야식비로 쓰거나 당일 근무자들이 나눠 가졌다.

경찰은 상인들이 보복성 단속과 생계유지를 걱정해 진술을 꺼린 탓에 1년 이상 잠복 수사를 하며 범행 장면을 채증해 김씨 일당을 검거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