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매매업자 이모(25)씨 등이 인터넷에 내놓은 중고차는 있지도 않은 ‘유령 매물’이었다. 중고차 매매 카페 등에 거짓 광고를 올리면서 첨부한 자동차 사진은 인터넷 중고차 거래 사이트나 차량 동호회 홈페이지에서 닥치는 대로 긁어온 것이었다. 이런 차를 시세보다 수백만원 싸게 판다고 속였다.
광고를 올릴 땐 남의 명의를 썼다. 중국 해커조직으로부터 사들인 개인정보였다. 도용된 정보는 국내 포털사이트 등의 가입자 아이디와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4130건에 달했다. 광고도 직접 올린 게 아니었다. 게시물을 자동으로 올려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어떤 고객은 인터넷에 광고된 가격이 너무 낮다며 허위매물이 아닌지 의심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 ‘포토샵’으로 위조한 자동차등록증 사진을 휴대전화로 보냈다. 그러면 사람들은 의심을 덜었다.
구매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허위 광고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때는 광고를 올린 사람과 무관한 양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왜 이런 차를 광고하느냐”고 따졌다. 다 연극이었다. 이씨 등은 인터넷에 광고를 올리는 ‘광고 담당’, 고객 문의전화에 응대하는 ‘전화 담당’, 고객을 매장으로 안내하는 ‘마중 담당’, 차량을 설명하는 ‘상담 담당’ 등으로 역할을 나눠둔 상태였다.
허위 광고는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떡밥이었다. 이씨 등은 경기도의 한 자동차 매매단지에서 중고차를 파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와서 광고에 소개된 매물을 찾으면 갖은 이유를 들어 해당 차량의 구매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급발진 차량이다” “사고차량이다” “침수된 적이 있다” “담보물이라 가격이 싸다” “다른 사람이 이미 계약했다” 같은 핑계를 댔다.
그러고는 다른 차량을 소개하며 이미 책정된 가격보다 10%가량 비싸게 팔고 차익을 챙겼다. 이씨 등은 이렇게 중고차 55대를 팔아 5500만원가량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이씨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온라인 편집=김상기 기자
‘당신은 이미 낚여 있다’ 중고차 사기꾼들 기가막힌 수법
입력 2015-06-30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