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선택이 정국을 뒤흔들 변수로 등장했다.
유 원내대표가 다음 달 6일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됐던 국회법 개정안을 폐기시킨 뒤 명예롭게 퇴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하지만 시간을 번 유 원내대표가 반전을 노리며 뒤집기를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유 원내대표의 정치적 손익계산서는 복잡해졌다.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하면서 보수층과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TK)의 지지를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쇄신파 지지를 등에 업은 반박(反朴) 지도자로 급부상하면서 대권 잠룡 반열에 오른 것은 큰 성과다.
유 원내대표는 30일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갔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로부터 거센 사퇴 압력을 받고 있지만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는 이날 평소처럼 당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유 원내대표는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가 정치인생의 최대 고비에서 아직 빠져 나오지 못했다는 데 이견은 없다. 백척간두의 위기 국면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유 원내대표와 함께 갈 수 없다는 메시지를 침묵 속에 던지고 있다. 친박들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는 피할 수 없고 남은 것은 사퇴 시기와 방법 뿐”이라고 압박하는 상황이다.
친박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그 양반이 생각할 때까지 기다려야지,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사퇴 시한과 관련해선 “제가 시한이라고 못 박아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유 원내대표가) 국회 일정 등을 감안해서 생각을 많이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법 개정안 재의를 위해 본회의를 열겠다고 밝힌 6일을 사퇴 ‘디데이’로 보는 시각이 있다. 즉 유 원내대표가 논란이 됐던 국회법 개정안을 폐기시키는 결자해지의 모습을 취한 명예롭게 퇴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대통령을 유 원내대표가 이길 수는 없고, 유 원내대표를 배신자로 낙인 찍어서 내보내는 것 또한 동료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가 친박의 공세를 버티며 반격을 모색할 것이라는 소수 의견도 있다. 친박으로선 유 원내대표를 무리하게 몰아낸다는 비난 여론이 부담이다.
사퇴 여부와 상관없이 ‘거부권 정국’을 거치면서 유 원내대표의 정치적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박 대통령과 대립한 것이 두고두고 유 원내대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당 내부의 강력한 안티세력이 등장한 것도 불안요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의 갈등 관계를 통해 유 원내대표가 ‘반박 리더’로 부상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사퇴 압력을 받으면서 유 원내대표의 지지율은 더욱 오르는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거부권 정국의 최대 수혜자는 유 원내대표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한편 유 원내대표는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위한 당정협의회를 주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유승민의 선택은-명예퇴장이냐, 뒤집기냐
입력 2015-06-30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