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고국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아직 우리는 해방이 안 됐다. 내가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지만 이 문제가 끝나기 전에 죽기에는 너무 억울해서 이렇게 아픈 몸을 이끌고 이곳 워싱턴DC까지 왔다.”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89) 할머니가 29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진정한 사죄를 거듭 촉구했다. 1926년 경남 양산에서 태어난 김 할머니는 14살의 나이에 위안부로 끌려갔다. 그는 중국 광둥과 홍콩,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와 자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지로 끌려 다니며 고초를 겪어 한쪽 눈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김 할머니는 “설령 과거에 일본 천황(일왕)이 했다고 하더라도 현재 아베가 정권을 잡고 있으니까 마땅히 자기 조상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하고, 법적 사죄와 법적 배상을 해야 한다”면서 “그런데도 아직도 자기들이 한 짓이 아니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김 할머니는 특히 위안부로 끌려간 동안 환자들에게 강제로 헌혈까지 해줘야 했던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면서 “피까지 빼앗아간 인간들이 지금 와서 ‘아니다’(위안부를 끌고가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분노했다.
또 미·일간 새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통한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과 관련해 “과거의 잘못을 배우지 못한 일본이 이제는 전쟁준비를 한다는데 절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 대통령도 그렇다. 큰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또 친구라면 아베의 잘못된 길을 바로잡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김 할머니는 1일 워싱턴DC 북서쪽 주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시위에서 아베 정권의 역사 왜곡을 규탄하고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촉구할 예정이다. 위안부 피해자가 주미 일본대사관 앞에서 직접 시위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위에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관계자들과 중국과 베트남 시민단체는 물론 데니스 핼핀 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 등 미국 내 지한파 인사들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할머니는 30일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위안부 참상을 증언하고, 2일에는 캐서린 러셀 미 국무부 세계여성문제 전담대사와 면담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실상을 고발하는 데 앞장서 온 김 할머니를 올해 서울시 여성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김재중 기자 bwbae@kmib.co.kr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아직 우린 해방 안돼"
입력 2015-06-30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