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중국 총리의 유럽 방문을 계기로 중국과 유럽연합(EU)의 밀착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아시아는 물론 미국의 ‘뒷마당’인 남미에 이어 미국의 전통 우방국들이 포진한 유럽까지 세를 불려가면서 미국과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다.
리 총리의 유럽 방문은 2013년 3월 취임 이후 6번째이고, 지난 5월 라틴아메리카 4개국 방문시 중간 기착지로 아일랜드와 스페인에 들른 것까지 포함하면 유럽 10개국에 발을 디딘 바 있다. 특히 이번 유럽 방문은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등 EU의 새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첫 방문이라는데 의미가 있다고 인민일보는 분석했다.
리 총리는 지난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17차 EU-중국 정상회의와 중국-EU 비즈니스 총회 등에 참석했다. 리 총리는 총회 연설에서 “중국이 ‘융커 플랜’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EU 투자플랫폼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융커 플랜은 EU 종자돈 210억 유로를 토대로 3150억 유로(약 350조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역내 인프라 건설사업에 투자하는 부양 플랜으로 융커 위원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리 총리는 또 “앞으로 중국은 유럽의 채권을 더 많이 구매할 것”이라면서 중국이 조성한 ‘실크로드 기금’이 중국-EU간 첨단기술 개발 협력, 기초시설 건설, 금융서비스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리 총리는 이날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과의 회담에서도 “중국은 항상 유럽 국가 채권을 장기 보유하는 책임 있는 채권자가 될 것”이라며 유럽과의 우의를 강조했다. 리 총리는 이와 함께 “중국의 산업 및 장비제조 분야의 경쟁력과 유럽의 첨단기술 분야의 경쟁력을 합쳐 제3국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하자”고 제안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융커 위원장은 “현재의 국제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고 글로벌 도전에 대응하려면 중국과 유럽은 보다 강력하고 호혜적인 협력 파트너 관계를 건립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리 총리는 중국과 유럽간 조속한 투자 협정 체결도 촉구했다. 리 총리는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유럽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지난해 중국과 유럽의 투자 규모는 200억 달러(약 22조4000억원)에 불과해 양측의 거대한 경제규모에 비하면 거의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괄적이고 균형이 잡힌, 높은 수준의 투자협정이 조기에 체결된다면 이는 각자의 힘을 결합해 새로운 협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EU와 중국간 경제협력과 기후변화 대처 방안이 주로 논의됐다. 중국과 EU는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기후변화 문제에서 양자간 협력을 강화하고 저탄소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리 총리는 이날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와 회담한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벨기에와 180억 유로(약 22조5000억원) 규모 이상의 경제협력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벨기에 방문을 마친 리 총리는 프랑스로 날아가 2일까지 머무르며 파리와 마르세유, 툴루즈 등을 방문한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마뉘엘 발스 총리 등과 회동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도 방문해 연설할 예정이다. 프랑스 방문 기간 중국과 프랑스 간에 항공과 금융, 원자력 분야 등에서 다양한 투자 협정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리커창 유럽 방문
입력 2015-06-30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