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 7월중 방북 희망"

입력 2015-06-30 17:23 수정 2015-06-30 17:24
국민일보DB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93) 여사가 북측에 이달 안에 방북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양측은 조만간 다시 만나 실무 교섭을 이어가기로 해 이 여사의 방북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인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 등 남측 인사 5명은 30일 오전 개성에서 맹경일 조선아이사태평양평화원회 부원장 등 북측 인사 5명과 만나 실무 협상을 벌였다. 김 이사는 “가급적 7월 안에 방북하기를 원한다”는 이 여사의 뜻을 전달했고, 북측은 “상부에 보고 후 다시 연락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구체적인 일정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날 오후 2시쯤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입경한 김 이사장은 “북측이 이 여사의 뜻을 굉장히 존중하고 있다. 상부 보고 후 다시 만나 구체적인 방북 일정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 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친서로 초청한 만큼 우리 의사가 반영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양측은 방북 성사 시 육로로 방문하며 백화원 초대소에서 유숙하기로 한 지난해 11월 합의 내용도 재확인했다.

면담은 2시간여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북한의 극심한 가뭄에 대한 이 여사의 염려를 전달하자 북측은 이 여사의 건강상태를 물으며 안부를 전했다. 다만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의 서울 개소 등으로 경색된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언급을 꺼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는 “서로의 입장을 잘 아는 만큼 최근의 남북 관계에 대해선 조심하는 분위기였다”며 “다만 당국자간 대화 등을 통해 관계가 개선됐으면 한다는 데에는 양측 모두 동감했다”고 말했다.

이번 실무협상은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다. 양측은 지난해 11월 실무 협상을 벌인 뒤 김 제1비서가 초청 친서까지 보내면서 곧 방북이 성사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김 여사의 건강 악화로 해를 넘겼다. 지난 4월 북측은 “이 여사의 방북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지금은 상황이 복잡하니 추후 연락하자”며 접촉을 미뤘다. 센터 측은 5월말 방북을 기대했지만 남북관계가 급경색되며 시기를 넘겼다. 결국 6월 18일 센터 측에서 다시 한번 북측에 연락했고, 24일 회신이 오면서 이날 실무 협상이 확정됐다.

방북 성사 시 이 여사와 김 제1비서와의 면담이 이뤄질 지가 최대 관심사다. 센터 관계자는 “김 제1비서가 직접 초청 친서까지 보낸 만큼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복 70주년 8·15 기념 행사를 앞둔 시점에서 면담이 성사되면 꽉 막힌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지난 6·15 15주년에 맞춰 다소 전향적인 정부 성명을 내고, 우리 국민 2명을 송환하면서 남북 관계가 해빙기에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다시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불참을 선언하는 등 최근 불안정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