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주택담보대출, 다른 빚 갚는 데 썼다

입력 2015-06-30 16:40

늘어나는 주택담보대출이 실제로 집을 사기 위한 용도보다 다른 대출 돌려갚기에 사용되는 비중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8월부터 올 4월까지 9개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신규 취급액 기준) 가운데 대출금 상환 용도 비중이 31.2%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대출 관련 규제가 완화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인하되기 전인 작년 1∼7월(17.1%)의 약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반면 주택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작년 1∼7월 50.4%로 절반을 넘었으나 작년 8월부터 올 4월 사이엔 39.8%로 떨어졌다.

집을 사려고 받은 대출보다 다른 빚을 갚으려고 받은 대출이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이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금리가 비싼 신용대출 등을 갚는데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택 가격이 상승세를 타면서 감정가액의 상승으로 대출 여력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생계자금 목적은 12.2%에서 11.2%로 소폭 줄었고, 전세자금대출 등 기타 목적도 20.3%에서 17.8%로 감소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자의 신용도와 소득 수준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 중 신용이 상위 1∼4등급인 대출자 비중은 작년 1∼7월 84.3%에서 작년 8월∼올 4월 87.2%로 상승했다.

또 연소득 3000만원 초과 대출자의 대출 증가액이 전체의 71.9%를 차지했다.

지난 4월 말 현재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765조2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0조1000억원 늘었고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383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