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불이행(디폴트)과 그렉시트(유로존 탈퇴) 위기가 코앞에 닥친 그리스에 대해 국제 채권단은 처음부터 좌파 정권의 퇴진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주 그리스 지원재개에 대해 낙관적인 분위기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연금삭감 등 재정지출 감축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뒤틀어진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권으로선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안이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시리자 지도부는 국제 채권단이 그리스 정권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통상 급진좌파의 편집증적인 주장으로 치부하기 쉽겠지만 이번 경우엔 매우 확실한 근거가 있다.
IMF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ECB)으로 구성된 트로이카 채권단은 그리스와 협상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시리자 정권과 협상을 하지 않으려는 것일 뿐이다.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채권단은 그리스 현 정부가 협상안을 제대로 이행할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중도적인 정부가 그리스에 들어선다면 보다 회유적인 방안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고 제자리를 찾아온 그리스는 따뜻하게 환영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리자 정권 하에 남아있는 한 그리스가 현재 얻어내려는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유로존에 잔류하면서도 덜 긴축적인 형태의 구제금융안을 바라는 그리스 정부와 국민의 소망이 이뤄질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국민투표 찬성으로 조기총선이 실시돼 새롭게 들어설 정부가 정작 시리자 정권보다 이런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아이러니이기도 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채권단의 협상안 수용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는 오는 5일로 예정돼 있다.
이번 국민투표는 다양한 정치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반대표가 많을 경우 유로존에서 그리스의 이탈을 의미하고 찬성표가 많다면 시리자 정권의 퇴진을 뜻한다. 이는 채권단이 처음부터 짜두고 있던 게임전략이었을 것이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
“국제채권단의 목표는 그리스 좌파정권의 교체”
입력 2015-06-30 1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