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라고 (말)하는 게 혹시라도 동정심을 일으킨다고 생각하면, 솔직하게 그런 시선은 싫어요. 그래도 그 얘기를 안 할 수는 없어요. 제가 나이 오십에 겪은 사건을 음악으로 만들었으니까요.”
11번째 앨범 ‘50’으로 5년 만에 돌아온 가수 안치환과 30일 서울 서대문구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그는 아팠던 이야기를 하는 게 달갑지 않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안치환은 지난 1년간 직장암 투병을 했고, 그의 이름 앞에 ‘암을 극복했다’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다.
그는 암 투병을 하나의 ‘사건’이라고 했다. 고통스러웠지만 삶에 깊이를 더한 사건. “그 사건 뒤로 아프지 않았더라면 쉽게 했을 어떤 판단, 어떤 행동을 암을 겪은 뒤로는 하지 않게 됐죠. 이게 제가 겪은 고통의 이면이라고 음악으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안치환의 새 앨범은 ‘사랑이 떠나버려 나는 울고 있어’라는 곡으로 시작한다. 음악 생활 29년차 뮤지션의 복잡한 심정이 담긴 노래다. 그는 “나는 쉼 없이 음악을 하는데 계속 생생함을 갖고 대중과 교류하는 게 쉽지 않다는 자괴감, 좌절감을 느끼던 차에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이어지는 게 ‘나는 암 환자’라는 곡이다. 그의 삶에 극단적인 변화는 지난해 4월 세월호 침몰과 함께 찾아왔다. 추모 분위기에 그 무렵 잡혔던 모든 일정이 취소 됐다. 그는 문득 건강검진을 받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계획에 없던 건강검진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직장암 진단이었다. 뮤지션으로서의 고민은 암과의 싸움으로 이어졌다.
모든 암 환자가 그렇듯 병을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았다. 가족과 음악이 돌파구가 됐다. “항암 치료를 받으려 입원을 하고 다음날 어스름한 새벽에 깨어보니 아내가 소파에 쪼그려서 자고 있었어요. 모든 게 낯설고 두려운데 나와 함께 의지하고 담담하게 새벽을 맞이하는 그 모습에 고마웠고 안도감이 들었어요.”
이날 새벽의 한 장면은 ‘병상에 누워’라는 곡으로 만들어졌다. 애절한 목소리로 그는 이렇게 노래한다. ‘어디까지 온 걸까 당신과 나의 짧은 여행길은 / 어디까지 온 걸까 우리의 이 먼 여행길은.’
병마와 싸우면서도 그는 매일 음악 현장을 고민한다. 그게 그에게는 삶 그 자체다. “저와 같은 세대에 계속 새로운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50~60대에게 흘러간 옛 노래나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없는 아이돌 음악 밖에 없다는 건 불행한 일이에요. 그들을 위해서도 새로운 음악이 계속 만들어져야 대중음악도, 대중의 정서도 더 풍부해지는 것 아닐까요.”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직장암 이겨내고 11집 앨범으로 돌아온 안치환 “그래도 삶은 계속 된다”
입력 2015-06-30 1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