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 이동진 ‘연평해전’ 별점 ★★에 댓글 공방…영화 보는 이유가 단지 국뽕?

입력 2015-06-30 14:09 수정 2015-06-30 14:30
이동진 블로그 캡처

'연평해전'이 누적 관객수 150만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연평해전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영화평론가 이동진씨의 블로그에서는 연평해전에 대한 뜨거운 댓글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씨는 지난 28일 그의 블로그에 올린 영화평에서 연평해전에 대해 아쉬움을 전하며 별점을 5개중 2개를 주었다.

이씨는 “연평해전은 여러 측면에서 ‘명량’을 떠올리게 한다”며 “‘명량’은 적어도 전투 장면 묘사에서만큼은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연평해전은 전체 전투의 양상이나 흐름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 클로즈업 쇼트들이 너무 많아 답답한 느낌이 들고 그런 쇼트들의 구성 방식 역시 단조롭게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까운 과거의 일을 다룬 연평해전이 주는 실감은 어쩌면 영화 밖에 있는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영화를 통해 기억하려는 데에서만 그치지 않고 그 영화를 잘 만들기까지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평했다.

이에 그의 글에 공감하지 않는 누리꾼들과 공감하는 누리꾼들이 댓글로 이씨의 블로그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평론가들 극혐. 지들 맘대로 평가하고 남이 애써서 만든 작품을 깎아내리고 인생에서 제일 쓰레기 같은 직업” “캐릭터들이 너무나 평면적이라고 평하셨는데 다들 조금씩 특이하지만 대부분 평면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잖아요. 그걸 굳이 드라마틱하게 끼워놓는 것보다 낫지 않나요” "저 영화 본다고 애국심있다고 보는 건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공감하는 쪽에서는 “영화에서 애국심을 찾으려 하지 마세요” “호국선열들에게 별 두개를 준 게 아니고 연평해전이라는 영화에 별 두개 준 거예요” "평론가가 자신이 본 영화 평론하는데 왜 애국심이 없다고 평하는 건가요. 일단 영화관에 가서 직접 평가하세요. 영화는 남이 봐서 평가된 걸 보는 게 아니라 내가 보고 평가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30일 오후 2시 현재 327개의 댓글이 올라왔다.


다음은 ‘이동진의 영화풍경’에 올라온 영화평 전문.

김학순 감독의 6월24일 개봉작

'연평해전'을 보았습니다.

'연평해전'은 여러 측면에서 '명량'을 떠올리게 합니다.

바다에서 펼쳐지는 전투가 핵심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극의 구조가 전투 이전의 상황을 스케치하는 전반부와

전투 상황을 집중적으로 그려내는 후반부로 뚜렷이 양분된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애국심을 다루는 이야기라는 점에서도 물론 그렇지요.

(아닌 게 아니라, 주인공 윤대위가 선실에서 '난중일기'를 읽기도 합니다.)

'명량'은 이야기에선 성공했다고 결코 볼 수 없지만

적어도 전투 장면 묘사에서만큼은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주었지요.

'연평해전'의 전투 장면에서

피격 직후의 혼돈과 공포는 비교적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그날의 전투가 얼마나 참혹하고 처절했는지도 알려줍니다.

하지만 전체 전투의 양상이나 흐름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합니다.

클로즈업 쇼트들이 너무 많아 답답한 느낌이 들고

그런 쇼트들의 구성 방식 역시 단조롭게 반복됩니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전반부는

주로 캐릭터들을 설명하거나 그들의 일상을 스케치하는데,

인물의 성격 유형과 행동 패턴에서 특정한 유머의 방식까지

병영을 무대로 삼는 영화들에서 수없이 보아왔던 클리셰들로 가득합니다.

특히 심각한 것은 실제 모델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평면적이라는 점일 겁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박상병을 괴롭히는 선임병이나

윤대위의 동기로 설정된 여성 장교를 포함해서

관성적인데다 불필요하기까지 한 인물들도 있지요.

씬들이 산발적인데다가 전체적으로 리듬을 결여하고 있어서

전투가 펼쳐지기 전까지 긴장이 차근차근 쌓이기는 커녕,

오히려 전반부 전체가 시간 낭비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 절절한 슬픔의 강도에도 불구하고,

극중 가족관계에 대한 규격화된 묘사 역시 짙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애국심과 국가적 가치를 강조하는 방식도 투박하기 짝이 없지요.

무엇보다 걸리는 것은 한 편의 영화로서

‘연평해전'에서 내내 느껴지는 경직성이었습니다.

'연평해전'은 정치적인 발언을 강하게 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이야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고,

사건의 맥락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리려 하지도 않습니다.

교전수칙의 단계 축소 정도를 강조할 뿐,

오히려 관련 사안에 대해서 목소리를 아끼고

조심하려는 태도가 드러납니다.

당시 대한민국 전체가 월드컵으로 온통 들떠 있을 때

이런 비극이 일어났다는 아이러니를 계속 반복해 강조하고 있지만

그 의미를 영화 안에서 적극적으로 밀고나가지도 않습니다.

대신 영화는 나라를 위해 안타깝게 산화한 젊음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총력을 기울여 말합니다.

그리고 그런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극의 종반부에 붙어 있는 실제 인물들의 모습과 당시의 자료화면들이었습니다.)

배우들 중에서는 진구씨의 연기가 가장 돋보이더군요.

가까운 과거의 일을 다룬 '연평해전'이 주는 실감은

어쩌면 영화 밖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기억하려는 데에서만 그치지 않고,

그 영화를 잘 만들기까지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