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의 꽃씨 칼럼] 히포크라테스적 소명을 넘어서

입력 2015-06-30 13:40

메르스가 진정세로 접어들었다. 메르스 때문에 대한민국은 엄청난 정신적 충격과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수많은 해외 관광객들이 한국 여행을 전격 취소했고 문화예술 공연, 심지어는 교회 출석에까지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다시 한번 초기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실감했다. 그러나 뒤늦게라도 정부가 확산방지에 최선을 다해 진정세로 접어들었다. 한국교회도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철저한 대비를 해서 교회 회중을 통해서는 단 한 명도 감염되거나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메르스는 어떤 바이러스보다 전염성이 강하다. 얼마나 전염력이 강했으면 일부 병원까지도 폐쇄를 했겠는가. 그래서 방어 장비를 착용하고도 의료진이 감염되어 의료진들조차 진료를 꺼리는 현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나 간호사는 메르스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 않는가.

메르스 전담 의료진들은 환자를 치료해야 함과 동시에 자신도 감염이 안 되도록 철저하게 주의를 해야 했다. 그러니까 그들은 더 긴장하고 지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의료진들의 지친 얼굴 모습을 TV나 신문을 통해서 보고 측은하게 느껴졌다. 일반인들에게 하얀 가운을 입은 의료진은 존경과 희망의 대상이다. 그러나 전 국민들에게 메르스 치료를 전담한 의료진의 모습은 너무 안쓰럽게 보이고 측은지심의 대상으로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메르스와 계속 싸워야 했다. 그것이 그들의 피할 수 없는 히포크라테스적 소명이고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의료진으로서의 자존심을 부족함 없이 보여 주었고 국민 보건을 위한 희생의 꽃씨를 눈물겹게 뿌려 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마땅히 온 국민의 격려와 응원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도 특별한 배려와 보상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 교회도 직원들이 메르스 방역을 위해 교회 곳곳을 소독하고 손 세정제를 배치해 얼마나 안전에 최선을 다했는지 모른다. 자발적으로 교회 운행 버스까지도 빈틈없이 소독을 한 것이다. 그래서 메르스가 다 퇴치되고 나면 특별한 시상을 해주리라 생각하고 있다. 당연히 그들은 교회에서 월급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지만, 담임목사로서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것처럼 메르스 전담 의료진들에게도 응당 국가가 특별한 차원에서 배려와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메르스 전담 의료진들을 위해 기도했다. 한국교회 어느 목회자가 메르스 퇴치를 위해서 기도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메르스 퇴치를 위해서만 기도했지,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들을 위해서는 기도와 격려가 부족했을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한마음으로 의료진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기도하며 박수와 갈채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메르스를 너무 두려워하지는 말자. 물론 우리가 위생관리를 잘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메르스 때문에 우리의 신앙이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건강한 정상인이라면 위축되지 말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 교회도 적당한 때에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와 협력해 침체된 평택 시장을 방문하려고 한다.

우리가 누구인가. 그리스도인이 아닌가. 하나님을 우리의 피난처요 요새요 반석으로 의지하는 사람은 그 어떠한 전염병에서도 건져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셨다(시 91:2~3). 전염병과 재앙이 절대로 다가올 수 없도록 하나님께서 보호해 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지 않았는가(시 91:6~7).

지금은 거룩을 전염시켜야 할 때이다.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들의 가슴에 희망을 감염시켜야 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초연한 모습을 보이며 더 신앙생활을 적극적으로 하자. 그리고 다시 한번 잃어버린 소명을 회복하자. 음압실 창문 너머로 하얀 방역복을 입고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들을 보라. 그들이야말로 메르스 퇴치를 위해 온몸을 던져 싸우는 전사들이요, 이 시대의 진정한 이름 없는 영웅들이 아닌가. 반면 우리는 히포크라테스적인 소명을 넘어서 부정한 영적 바이러스를 퇴치하고 거룩과 희망을 전염시켜야 할 신적 소명을 받은 전사들이다. 거룩과 희망을 전염시키자.

소강석(새에덴교회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