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남부 흑인교회에 동시다발 화재 … FBI ‘증오범죄’ 여부 수사

입력 2015-06-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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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남부 지역의 흑인 교회에서 잇달아 화재가 발생해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이 증오 범죄와의 연관성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워싱턴포스트와 시사주간 타임, 공영방송 NPR 등은 29일(현지시간) FBI와 미국 주류·담배·화기·폭발물 단속국(ATF)은 화재가 발생한 흑인 교회 지역의 경찰과 공조해 방화 가능성에 대해 합동 수사를 벌이고 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21일 테네시 주 녹스빌의 칼리지힐 제7일안식일재림교회가 불에 탔고 조지아 주 메이컨(23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워런빌(26일)의 흑인 교회에서도 원인 모를 화재가 일어났다.

수사 당국은 이 중 최소 3건이 방화라고 단정했다.

경찰은 24일 테네시 주 깁슨 카운티, 26일 플로리다 주 탤러해시의 흑인 교회에서 난 불에 대해 번개나 누전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정확한 원인을 찾고자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샬럿 흑인 교회의 경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교회 본관이 전소돼 25만 달러 이상의 재산 피해를 봤다. 불이 크게 번지는 바람에 소방관 75명이 출동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과 수사 기관은 이번 화재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흑인 교회 총기 참사 이후 1주일 사이에 발생한 사실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7일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백인 청년 딜런 루프(21)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흑인 교회에서 총을 난사해 성경공부를 하던 흑인 9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미국의 뿌리 깊은 흑백 차별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참사의 주범이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 존치를 주장한 남부연합 13개 주의 깃발인 남부연합기를 들고 사진을 찍은 것을 계기로 남부연합기 퇴출 운동이 미 전역에서 거세게 불었다.

이로 인해 입지가 좁아진 일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흑인 교회에 일부러 불을 질러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증오 범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인권 단체인 남부빈민법센터(SPLC)는 흑인 공동체의 상징이자 중심인 흑인 교회를 겨냥한 백인 우월주의자의 습격이 남부에서 자주 발생한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이번 화재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며 흑인 혐오에 따른 방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폴 브레슨 FBI 대변인은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와의 인터뷰에서 “6건의 화재 모두 증오범죄라고 단정하기에 너무 이르다”면서도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히고자 범행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