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들 스펙 쌓는 곳인가” 공공기관 무급인턴 모집 ‘격분’

입력 2015-06-30 09:44 수정 2015-06-30 14:35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재외공공기관인 주 프랑스대사관에서 3개월간 무급으로 일하는 인턴을 모집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채용일정은 내부사정으로 취소된 상태지만 공공기관이 ‘열정 페이’도 아닌 ‘열정 봉사’를 요구했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프랑스대사관은 지난 24일 외교부 홈페이지에 ‘한-불 상호교류의 해 행사 지원 인턴 모집 공고’를 올렸다. 프랑스에서 ‘한-불 상호교류의 해 행사’를 진행할 보조 인력을 채용한다는 내용이다.

대사관 측이 원하는 지원자는 대한민국 국민이며 프랑스 체류의 결격사유가 없고, 불어 구사능력과 컴퓨터 활용능력을 갖춘 지원자다. 근무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3개월간 일한다.

중요한 건 근무기간 동안 돈을 주지 않는 무급인턴이라는 점이다. 근무기간 종료 후 인턴 수료증을 발급해줄 뿐이다. 항공비나 체류비에 대한 명시도 없다.

해당 공고는 29일 인터넷에 확산되면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아예 노예를 뽑는다고 해라”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됐을 것을 왜 인턴이라고 써서 욕을 먹나요” “지원자가 있으니 저런 말도 안 되는 조건으로 당당하게 모집하는 거겠죠?” “스펙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지원하는 젊은 친구들이 측은합니다” “열정 페이도 아니고…”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급여 없이 생활할 수 있는 부유층 자녀들만 지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여기에 지원할 수 있는 사람은 3개월 동안 무급으로 생활이 가능한 사람이다. 지금 당장 먹고 살 걱정 없고 지원도 빵빵한 중·상류층이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대사관 측은 문제가 된 공고를 30일 오전 ‘공관 내부 사정으로 인해 취소되었다’고 수정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