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년 전 정치에 뛰어들 때부터 흑인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일하겠다고 마음을 굳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가 케냐에 있는 이복형에게 보낸 친필 편지에서 확인됐다. 이 편지는 최근 경매에 나와 팔렸으며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1995년 7월에 이복형인 말리크 아봉고 오바마에게 편지를 썼다. 당시 시카고에서 변호사를 하던 오바마는 “주변에서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에 출마해 보라고 권유했다”면서 “나도 동의했다. 이곳에서 흑인들이 처한 심각한 문제들을 다루며 정치에 관심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당시 33세이던 오바마 대통령은 장난스러운 말투로 형이 재혼으로 얻은 새 형수를 궁금해하며 사진을 보여달라고 했고, 부인 미셸과 당시 투병 중이던 어머니의 안부를 전하기도 했다. 또 케냐에 있는 친척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인사를 전해달라고 당부하는 등 내내 친밀하고 따뜻한 면모를 보였다. 편지는 노란 편지지에 파란색 펜으로 손글씨로 썼다.
이복형은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09년에 친척들에게 보내온 편지 2통을 2013년에 1만5000달러에 팔기도 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에 대통령에 처음 당선됐을 때 현지에서 축하파티를 여는 등 이복동생의 정치적 성공을 자주 축하해왔다. 백인 어머니를 둬 오바마 대통령의 피부색이 눈에 띄게 더 하얗지만 형제의 얼굴에서 비슷한 면모도 엿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버지는 케냐 시골에서 태어났으나 워낙 공부를 잘 하고 명석해 외국인들의 주선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었다. 이후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어머니를 만나 오바마를 낳았고 이후 부인과는 헤어져 홀로 케냐로 돌아갔었다. 그는 국가 공무원으로 일하기도 했으나 일찍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오바마 20년 전 편지에 "흑인 안타까워서 정치나섰다"
입력 2015-06-29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