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거취 논란, 친박 대 비박 충돌

입력 2015-06-29 16:36
이병주 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29일 ‘친박(친박근혜) 대 비박(비박근혜)’ 간 전면전이 불붙는 양상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당 내 노선 투쟁이 발발한 만큼 당내에선 한동안 상대 진영을 향한 총성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유승민 사퇴에 모든 수단·방법 동원하겠다=친박 의원들은 노골적으로 유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유 원내대표가 끝까지 물러나지 않을 경우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안건으로 하는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설 태세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이라며 “지금은 원내대표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흠 의원 역시 “유 원내대표는 더 이상 원내대표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면서 “유 원내대표가 끝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유 원내대표가 사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 중진의원들도 가세했다. 이한구 의원은 “여당 원내대표로서 일을 못하게 되면 우리 당에도 좋지 못하고 국회 운영에도 좋지 못하므로 본인이 선택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정갑윤 의원은 “시간을 끌수록 당이나 청와대, 어느 쪽에도 보탬이 되지 않고 함께 죽는 길인 만큼 유 원내대표가 (사퇴할) 명분을 찾도록 당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협의하는 게 가장 좋은 모양새”라고 말했다.

안홍준 의원은 “당청은 공동운명체인데 갈등 속에서 원내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면서 “유 원내대표가 자진사퇴하는 게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했다.

◇유승민 거취는 의원 총의(總意)로 결정해야=비박계는 친박 측 도발이 거세지자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그동안은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모습이 부담스러워 정면 대응을 자제해왔으나 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유 원내대표를 적극 엄호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비박계 재선 의원 20명은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의원들의 손으로 직접 원내대표를 선출한 만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방적으로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결정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또 최고위원들이 유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의회민주주의와 정당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결론을 내려선 안 된다고 압박했다.

김성태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나와 원만한 당청 관계를 고려해 사퇴를 요구한 데 대해 “수평적이고 건강한 당·청 관계를 부정하려는 시도로 보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용태 의원은 “원내대표의 거취를 의원들의 총의가 아니라 청와대나 당 지도부가 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3선 중진인 정두언 의원을 비롯한 일부 비박계 의원들도 ‘유승민 지킴이’를 자임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정 의원은 “여당 의원이 뽑은 원내대표를 청와대가 사퇴하라는 것은 과거 군사독재 정부 시절 때의 얘기 같다”면서 “우리 손으로 뽑은 우리 원내대표를 쫓아내는 것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