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도의 첫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사실상 공식 출범했다.
중국 정부는 2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AIIB 협정문' 서명식을 개최했다. 이날 서명식에서 호주를 시작으로 50개국이 서명했다. 57개 회원국 대표들이 모두 참석은 했지만 국내절차가 마무리된 50개국만 서명에 참여했다. 한국 대표로 최경환 경제 부총리가 AIIB 협정문에 서명함으로써 한국은 AIIB의 창립회원국으로 협정문에 등재됐으며 향후 국회 비준동의를 완료하면 공식 창립회원국이 된다. AIIB는 10개 회원국이 협정문을 비준하고, 협정문을 비준한 국가의 의결권이 50%를 넘기면 공식 출범한다.
AIIB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10월 동남아시아 순방 중 직접 제안한 것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금융질서에 대한 중국의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협정문에 따르면 AIIB의 수권자본금은 1000억 달러(약 112조1800억원)지만 일부 회원국이 배분된 일부 지분을 포기함으로써 출범시 청약자본금은 982억 달러로 시작한다. 지배구조는 총회, 이사회, 총재 및 1인 이상의 부총재와 임직원으로 구성된다. 이사회는 비(非)상주로 출범하되 총회 의결에 의해 상주화가 가능하며 모든 투자결정에 대한 권한을 보유하게 된다.
57개 회원국은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규모에 따라 출자비율(지분율)을 결정했다. 중국은 30.34%로 가장 많고, 한국(3.81%)은 인도(8.52%)·러시아(6.66%)·독일(4.57%)에 이어 5위다. 지분 투표권과 회원국에 균등 배분 되는 기본 투표권이 감안된 투표권의 경우 중국이 26.06%를 확보해 사실상 주요 안건에 대한 거부권을 확보했다. 중요한 안건은 위원의 3분의 2 이상 투표에 투표권의 75%가 찬성해야 하는 ‘최대 다수결'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중국이 반대하면 어느 안건도 통과할 수 없게 된다.
AIIB의 향후 운영은 중국 스타일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미국은 그동안 환경이나 인권 등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중국이 투명하게 적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중국 주도의 AIIB를 견제해 왔다. 홍콩과기대 리시 교수는 “중국은 그동안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사안에 대해 ‘협박’이나 ‘돈’으로 해결해 왔다”면서 “앞으로 이 같은 방식을 고집한다면 AIIB는 와해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의식한 듯 스야오빈 중국 재정부 부부장은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초기 투표권은 회원국 지분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여서 향후 회원국이 늘어나면 투표권은 줄어들 것”이라며 “중국은 거부권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초대 총재로 유력시되는 진리췬 전 재정부 부부장은 최근 한 강연에서 “AIIB 운영이 안정을 찾는 시점에 환경보호 펀드를 만들어 개발도상국 환경 관련 프로젝트와 정책에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한국 정부는 AIIB 출범이 인프라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한국 기업들과 금융기관의 사업참여 기회가 확대되는 등 관련 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시설 투자 수요는 2020년까지 매년 7300억 달러(약 819조원)로 추정되지만 기존 다자개발은행의 아시아 지역 투자금 공급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최경환 부총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한국의 국제금융 전문인력 양성은 생각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되지 않았다”며 “유능한 한국 인력이 AIIB 고위직과 중간 관리직에 적극 진출해 국제금융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의 지분율에 걸맞게 AIIB 이사직이나 부총재직을 맡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AIIB 출범, 과제, 한국 기대
입력 2015-06-29 1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