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공은 여당에” 압박 속 국정챙기기

입력 2015-06-29 16:36
국민일보DB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국 최대 이슈인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나흘 전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여야 정치권을 싸잡아 정면 비판하고 특히 여당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사실상 퇴진을 강하게 압박했던 만큼 추가 발언이 있을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도 나왔지만 이번엔 철저히 침묵했다.

박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서 보여준 모습은 “이제 공은 모두 여당에게 넘어갔다”는 것이다. 이미 유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 의지를 강하게 천명했던 만큼 더 이상의 언급은 무의미하고, 당의 혼란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선 당이 알아서 정리해야 한다는 침묵 속의 압박인 셈이다. 이번 사태 해결의 열쇠는 이제 김무성 대표나 유 원내대표가 쥐고 있으며, 그들의 선택과 결단을 기다리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제는 당에서 알아서 하는 것 외에 청와대가 나서서 할 게 없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회의에서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은 다시 한번 유 원내대표 거취를 언급하거나 여야 정치권 비판에 나설 경우 대통령이 직접 정쟁에 뛰어드는 양상으로 비쳐질 것이라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대신 15분가량 이어진 모두발언을 통해 최대 현안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문제를 비롯해 내수 침체 극복 및 경기 회복 방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급여체제로의 개편, 곧 개막하는 광주유니버시아드 등에 대해 당부와 주문을 쏟아냈다. 야당과의 관계는 물론 당청관계마저 경색된 상황에서 직접 국정 현안과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현 상황을 다시 한번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하반기 박근혜정부의 핵심개혁과제의 차질 없는 이행을 거듭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 초에 각 부처와 수석실에서 연말까지 역점을 두고 추진할 (24개) 핵심 과제를 선정했었는데 이제 그 과제들을 꼭 달성해야 한다”며 “각 수석실에서는 핵심 과제들을 종합 점검해서 하반기에 보다 집중적으로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7월부터 개편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되는 것과 관련해 “수급자가 일자리를 얻어 소득이 늘더라도 주거와 교육 등 필요한 지원은 계속 받을 수 있다”며 “일을 통해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자는 정부의 맞춤형 고용복지 철학이 앞으로 구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메르스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과감한 소비진작대책 마련도 당부했다. 아울러 속도감 있는 국정운영도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특단의 경제활성화 대책과 구조개혁 방안을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해주길 바란다”며 “타이밍을 놓치면 돈은 돈대로 재정은 재정대로 들어가면서 효과는 못 내기 때문에 결국 빚더미를 안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것은 속도가 굉장히 중요하고 그렇게 해야만 과감한 재정투자를 하면서도 소비나 경제도 살릴 수 있다”며 “속도를 늦추지 않도록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오후에는 제2차 핵심정책과제 점검회의를 소집, 일·학습 병행제나 자유학기제 등 주요 국정과제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선 이들 과제에 대한 박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 담당 실국장 간의 토론도 이어졌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