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동의 없이 설치한 CCTV를 가리도록 지시한 어린이집 노동조합 간부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CCTV 설치로 얻을 수 있는 어린이집 영·유아의 이익만큼 동의 없이 일거수일투족을 촬영당하지 않을 교사들의 권리도 중요하다는 취지다.
2012년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대전의 한 어린이집은 학부모들로부터 CCTV 설치 요구를 받았다. 어린이집은 보육교사들이 포함된 노조에 협의를 구했지만 인권침해 우려 등을 이유로 동의를 받지 못했다. 어린이집은 교사들의 동의 없이 CCTV 설치를 강행했다. 총 21대가 설치됐다. 교사들이 출입하는 화장실 입구나 교사 개인의 사무공간은 물론 교사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컴퓨터 모니터까지 촬영할 수 있는 위치에 설치된 CCTV도 있었다.
보육교사들은 사생활 침해라고 반발했다. 결국 노조 지부장 장모씨는 교사들에게 검은색 비닐봉지로 CCTV를 덮어 촬영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장씨와 교사 8명은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장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고, 나머지 교사들에 대해서는 선고를 유예했다. 보육은 영·유아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제공돼야 한다는 영유아보육법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일부 개인정보의 수집과 관련된 절차상 하자보다 영·유아의 안전을 우선시한 것이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며 장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일방적으로 CCTV 촬영 대상이 되지 않을 교사들의 권리를 중요하게 판단했다. CCTV에 봉지를 씌운 행위는 위법한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여 장씨의 무죄를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모든 어린이집은 12월 18일까지 보육실·공동놀이실·놀이터·식당·강당에 각각 CCTV 1대 이상을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하는 시행령이 입법 예고돼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의무 설치분에 대해서는 교사의 동의를 따로 구할 필요가 없지만 나머지 추가 설치분은 개인정보보호법이나 단체협약에 따라 교사의 동의가 여전히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어린이집 CCTV 논란… 영·유아 보호 vs 동의 없이 찍히지 않을 권리
입력 2015-06-29 1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