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는 잠시였다. 자신과 조국의 승리는 가족의 비극으로 바뀌었다. 2015 코파 아메리카에서 브라질을 무릎 꿇린 파라과이의 공격수 데를리스 곤살레스(21·바젤)가 승전보를 띄운 조국으로부터 삼촌의 부고를 받았다. 삼촌은 곤살레스가 골을 넣은 순간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곤살레스는 29일 트위터에 “삼촌이 오늘 세상을 떠났다. 환호하다가 세상을 떠나다니 믿을 수 없다”며 죽은 삼촌을 애도했다. 삼촌의 사진도 올렸다. 곤살레스의 트위터에는 불과 6시간 전까지만 해도 “파라과이는 할 수 있다”는 결의가 적혀 있었다. 곤살레스는 뒤늦게 전해진 삼촌의 부고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곤살레스는 이번 코파 아메리카에서 최대 이변을 연출한 주인공이다. 전날 칠레 콘셉시온 무니시팔 스타디움에서 열린 8강전에서 브라질의 골문을 두 번이나 열었다. 0대 1로 뒤진 후반 27분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린 페널티킥 동점골과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골을 넣어 파라과이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두 골 모두 필드골은 아니었지만 집중력을 발휘해 100%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곤살레스가 마지막 키커로 브라질의 골문을 열고 동료들과 승리를 자축할 때 삼촌도 파라과이에서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하지만 흥분이 계속되면서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곤살레스의 축구인생에서 가장 크게 찾아온 환희의 순간이 삼촌에게는 삶의 마지막 순간이 된 셈이다.
곤살레스 일가족의 비극은 SNS와 외신을 타고 세계 곳곳으로 전해졌다. 지구촌 축구팬들은 곤살레스에게 놓인 기구한 상황을 격려했다. 곤살레스의 트위터에는 “삼촌을 위해 승리하자” “우승 메달을 삼촌의 영전에 바치길 바란다”는 응원이 이어졌다.
파라과이는 다음달 1일(한국시간) 칠레 콘셉시온에서 아르헨티나와 4강전을 벌인다. 아르헨티나를 이기면 칠레와 페루의 4강전 승자와 우승을 놓고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브라질 잡은 조카의 골에 흥분해서 사망… “말도 안 돼”
입력 2015-06-29 1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