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2승, 통산 9승을 달성한 최나연(28·SK텔레콤)이 마침내 상금 1000만 달러를 돌파했다. 한국선수로는 박세리(38·우리금융그룹), 박인비(27·KB금융그룹)에 이어 세 번째, LPGA 투어 통산 10번째다. 최나연이 ‘1000만 달러 클럽’에 가입하는 데는 샷이글이라는 극적인 장치도 필요했다.
◇‘8번 아이언샷의 매직’(Magic·마법)=29일(한국시간) 미국 아칸소주 로저스의 피너클 컨트리클럽(파71·6374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마지막 3라운드. 2타차 선두로 출발한 최나연은 중반까지 퍼트 난조로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6번홀 보기에 이어 10번홀에서 첫 버디를 기록할 정도였다. 그 사이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10번홀까지 4타를 줄이며 공동 선두로 쫓아왔다. 올 들어 한국 선수를 만나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던 루이스는 이 대회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아칸소 대학 졸업생인 그는 이 곳이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최나연이 13번홀에서 또다시 보기를 범하면서 루이스가 1타차 선두로 나섰지만 행운의 여신은 최나연에게 미소를 지었다. 특히 8번 아이언은 ‘매직 클럽’이었다. 16번홀(파4)에서 142야드를 남기고 친 샷이 홀컵 2m 앞에 떨어져 한번 바운드된 뒤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글로 단숨에 1타차 단독 선두를 탈환한 최나연은 148야드 파3 17번홀에서 또 8번 아이언을 들었다. 볼은 홀컵 25㎝ 앞에 멈췄고 버디를 챙긴 그는 2타차 우승(합계 15언더파 198타)을 굳혔다. 최나연은 “8번 아이언은 중3 때부터 거리가 항상 일정하게 나가는 클럽”이라며 “이 클럽으로 연습도 가장 많이 해 제일 좋아하는 아이언”이라고 말했다.
세계랭킹 3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루이스는 15~17번홀에서 2m 내외의 퍼트가 홀을 외면하면서 12언더파 201타,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초보 캐디와 거둔 우승으로 ‘1000만 달러 클럽 가입’=우승상금 30만 달러(3억4000만원)를 보탠 최나연은 통산 1023만6907달러를 획득했다. 2008년 LPGA 데뷔 뒤 189개 대회에서 벌어들인 상금이다. 통산 상금 1위는 은퇴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2257만 달러다. 박세리가 1256만 달러로 7위, 박인비가 1137만 달러로 8위에 랭크돼 있다. 최나연은 “이번 시즌을 시작할 때 1000만 달러 돌파도 목표 중 하나였다”면서 “하지만 기록에 욕심내다 무너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절대로 목표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 3승을 해본 적이 없어 올해는 메이저 우승이나 3승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나연은 LPGA 투어 경험이 전혀 없는 새로운 캐디와 호흡을 맞춰 우승을 일궜다. 북아일랜드 출신의 셰인 코머는 유럽2부 투어 캐디 경험은 있지만 LPGA 정규투어에서 처음 최나연의 백을 멨다. 최나연은 연습 라운드에서 투어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캐디에게 가르쳤다고 한다. 최나연은 “이번 대회부터 캐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내 자신의 판단과 결정으로 플레이를 했다”며 “새 캐디가 잘 믿어준 것이 자신감을 키우는 데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최나연 1000만 달러 클럽 가입… ‘태극낭자’ 박세리·박인비 이어 3번째
입력 2015-06-29 1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