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철 교육전문가에게 듣는다… ‘착한교육협동조합’이란

입력 2015-06-29 15:10 수정 2015-06-29 15:13

서울에서 버스로 4시간을 달려 도착한 거창. 먼 길 오느라 고생했다며 자신이 직접 내린 드립커피를 내민다. 별 기대 없이 받아들었지만 한 모금 마시니 혀 끝에서 느껴지는 원두 특유의 쌉사레하면서 달콤한 뒷맛이 요즘 말로 내공이 느껴지는 솜씨다. 커피를 내린 사람은 바리스타가 아니다. 교육전문가 하재철 착한교육협동조합() 이사장이다.

교육의 양극화 해결 위해 착한협동조합 만들어

착한교육에 협동조합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붙으니 도대체 어떤 곳인지 정체가 궁금해진다. 그에게 착한교육협동조합은 무엇인지 물었다.

“착한교육협동조합이라고 소개하면 가장 먼저 받는 질문이 바로 그 질문입니다.”

하 이사장은 이런 질문을 한두 번 받아본 게 아니라면서 웃었다. 그 때마다 이렇게 대답한다. “갈수록 대입전형이 복잡합니다. 수시모집만 해도 수천가지에 달하죠. 복잡하니 이를 쉽게 풀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정보가 중요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런 교육정보들은 폐쇄성을 띄고 있지요. 정보를 얻기 위해 비싼 돈을 들여야 하고… 교육정보에도 양극화가 커지는 것이죠. 이런 현실을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협동조합을 만들게 됐어요.”

실제로도 착한교육협동조합은 다문화가정과 기초수급자가정 자녀 등 교육 소외계층엔 무료상담을 해주고 있다. 하 이사장은 “일반 학생들에겐 비교적 저렴한 비용을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 이사장은 중앙대 영어교육학과를 졸업 후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귀국해 영어강사와 교육컨설턴트로 활동해 왔다. 그 자신도 사교육에 몸담고 있지만 교육정보의 양극화로 성장의 기회를 잃어야 하는 지역의 아이들을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착한교육협동조합은 뜻을 같이하는 조합원들이 모여 지난해 12월 정식 출범했다. 출범은 지난해지만 시작은 6년전부터다. 평소 인터넷을 통해 교육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던 조합원들이 부산에서 만나 밤새도록 한국의 교육현실을 바꿀 수 있는 역할모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것. 현재 소속된 조합원은 총 6명이다. 조합원들의 면면도 사교육과 공교육, 대입전문기자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착한교육 하나만을 위해 뭉친 것이다.

착한이라는 단어가 상업화 될까 고민이었죠

착한교육협동조합을 만들 때 고민도 많았다. 착한 이라는 단어가 상업화된 의미로 변질될까 걱정이었다. 그래서 조합 설립 전에 시범사업으로 자기소개서 사례집과 수시와 정시모집 자료집을 만들어 블로그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무료로 정보를 나눴다. 결과는 대성공.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시범삼아 한 것인데 두 달 만에 방문자 수가 30만 명을 넘고 페이스북 ‘좋아요’도 12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이었던 것. 하 이사장은 “기쁘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착한교육 정보에 목말라 있다는 사실에 씁쓸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조합에서 ‘합격 자기소개서 작성법칙’이라는 교재를 낸 것도 착한교육 정보를 나누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지난 5년간 학생부종합전형에 합격한 실제 사례를 집중 분석해 자기소개서 작성법칙을 소개하고 합격자 예문들도 실었다. 대입정보 뿐 아니라 진로진학, 대안학교 설립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하 대표는 “착한교육협동조합에서는 중·고생들의 진로와 관련해 대학들과 제휴를 통해 새로운 개념의 진로진학 콘텐츠를 적용하고 싶다. 이를 위해 중앙대 사범대학 한국교육문제연구소와 협약도 완료했다. 영국의 이튼스쿨 같은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기숙형 대안학교도 추진 중”이라면서 “착한교육협동조합은 착한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맞게 사교육과 공교육 모두를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기업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