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 유로존에 ‘사라예보 총성’ 될 수도”

입력 2015-06-29 14:22
BBC방송 캡처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며 국가부도 위기에 성큼 다가선 그리스 사태가 유로존에 1차 세계대전을 유발했던 사라예보 사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914년 사라예보의 총성에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가 암살되면서 1차 세계대전 발발로 이어진 것처럼 최근의 그리스 사태가 유로존을 깨뜨리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8일(현지시간)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단의 구제금융 방안을 국민투표에 부친 결정이 20세기 초의 사라예보 사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꼭 101년 전인 1918년 6월 28일 사라예보의 총성으로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가 암살됐을 때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6주 뒤 유럽은 전쟁 중이었던 것처럼 현재의 그리스 상황도 예측불허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디언은 당면한 문제는 그리스의 뱅크런도, 채권단의 과신으로 인한 오판도 아닌 유로존의 미래라고 꼬집었다.

유로존이 애초부터 독일처럼 경제적으로 안정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공존으로 형성된 만큼 한 나라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지면 가혹한 긴축 밖에는 회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긴축에 시달리던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하면 ‘유로존은 변경될 수 없는 것’이라는 개념이 깨져버리고 다른 나라들도 경제위기에 몰리면 그리스를 선례 삼을 것이라고 가디언은 우려했다.

그러면서 유럽 외교당국자 가운데 그리스가 작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나라라고 치부해버리는 이들이 있지만 이런 관점은 1914년 6월 말 1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별 일 없을 것이라 낙관했던 태도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 등 국제채권단이 협상타결을 낙관하다가 치명적인 오판을 했고 결국 현재 상황에서 주도권을 잃은 상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제채권단은 치프라스 총리가 7월 5일 있을 국민투표에서 패배하기를 바라고 있고 채권단과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새 정부가 들어오길 기대하고 있지만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