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그렇게 싫습니까?”…2주만의 ‘민상토론’, 4대강 꼬집다

입력 2015-06-29 09:44
KBS 2TV ‘민상토론’ 방송화면 캡처

KBS 2TV ‘개그콘서트’의 시사 풍자 코너 ‘민상토론’이 2주 만에 방송을 재개했다. 지난 14일 방송분에서 메르스 관련 정부 대책을 비판한 뒤 갑작스런 결방 소식이 전해지며 외압설까지 나돈 후다.

28일 ‘민상토론’에서는 4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 문제를 다뤘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회자 역할을 맡은 박영진은 대담자 유민상과 김대성에게 가뭄 해결책을 물었다. 정부 비판 수위 문제로 한참 논란에 휩싸였던 직후였기 때문에 더욱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순간이었다.

유민상은 김대성에게 귀찮은 듯 “대강 이야기 하라”고 말했다. 박영진은 이를 놓치지 않고 “유민상씨, 4대강 사업 말씀하신 것이냐”며 말꼬리를 잡았다. 그때부터 “4대강 사업이 역사에 남을 만한 사업이라는 것이냐” “(4대강 사업이)가뭄에 이 정도 기여했으면 됐지 뭘 더 바라냐는 것인가”라는 등 4대강 사업에 대한 간접 비판이 쏟아졌다.

유민상이 “너 좀!”이라며 짜증을 내자 박영진은 이를 그대로 받아 “녹조? 녹조 현상? 4대강 사업 때문에 환경이 파괴됐다는 뜻이냐”고 물어 웃음을 줬다. “말이 시비조다”라는 대목에서는 “시비조? 22조? 4대강 사업에 투입된 세금 22조가 아깝다는 뜻이냐”며 트집을 잡기도 했다.

비판의 화살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까지 돌아갔다. 백승혜는 유민상에게 “KBS에만 출연하고 MBC에는 출연하지 않으신다. MB가 그렇게 싫은 것이냐”며 윽박을 질렀다.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갈 법도 했지만, 박영진은 당황하는 유민상에게 “MB 모르십니까? 전 대통령”이라며 쐐기를 박았다.

이 밖에도 박영진은 “4대강 얘기를 끝내자”며 진땀을 흘리는 유민상에게 “4대강 사업이 세금 낭비인지 끝까지 잘잘못을 가려 평가하자는 뜻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김대성은 “(유민상이)정치를 아는 몸이 되었네”라고 거들며 최근 불거진 신경숙 작가의 표절 의혹을 간접 언급하기도 했다. 신경숙 의 ‘전설’ 속에 등장한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는 등의 구절이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 속 구절과 흡사해 일어난 논란이다.

앞서 민상토론은 지난 14일 강도 높은 정부 비판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15일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대표 변희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상토론의 심의를 요청했고, 21일 사전 공지 없는 결방이 이어졌다. 이에 제작진은 “완성도가 부족했다”고 해명했었다. 24일에는 방통위가 민상토론에 행정지도 조치를 내렸다. 2주간 각종 의혹과 논란들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그러나 논란을 딛고 돌아온 민상토론은 더욱 강력해진 정치 풍자로 ‘핵노잼’이 아닌 ‘핵꿀잼’을 보여주며 완성도 부족 의혹을 불식시켰다. 단순히 정치인의 이름이나 이슈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촘촘하고 통렬하게 짜여진 비꼼이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줬다. 외압 의혹은 아직 말끔히 씻기지 않았지만 민상토론의 ‘다음’을 주시하게 되는 이유다. 다음주 박영진이 예고한대로, ‘물부자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소변을 참다가 이불에 지도를 그린 유민상을 다시 볼 수 있길 바란다.

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