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1만원, 몽블랑 4만원’ 명품 볼펜 수리 진단비 ‘쇼크’

입력 2015-06-29 09:13

명품 브랜드 몽블랑의 볼펜 수리 진단비가 사람 진찰비보다 세배 비싸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진찰비와 이를 둘러싼 의료현실을 우회적으로 꼬집은 것이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28일 블로그에 ‘사람보다 3배 비싼 볼펜 진찰비’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가 올린 브랜드는 독일 명품 브랜드 몽블랑이다. 그는 몽블랑 매장에 놓인 ‘수리 견적비 안내’ 간판을 촬영해 올리면서 볼펜 수리 진단비를 지적했다.

노 전 회장은 “(매장에 방문해) 수리비용을 물어보는 순간 매장의 여직원은 옆 안내판을 가리키면서 견적을 내기 위해서는 먼저 기술자가 볼펜을 살펴봐야 하고 견적 비용만 3만9000원이 드니 신중히 결정하시라고 친절히 안내해주었다”고 설명했다. 수리하지 않더라고 이 비용은 청구된다는 것이다.

그는 명품 브랜드의 수리 견적료가 사람 진찰비보다 더 비싼 현실에 황당함을 드러냈다.

“사람의 진찰비용은 초진(첫 진찰)의 경우 1만4000원이고 재진(再診)의 경우에는 1만원입니다. 재진환자가 훨씬 많으니 평균 진찰비는 약 1만1000원이고 많이 잡아야 1만2000원입니다. 이것도 비용은 환자의 부담금과 건강보험공단의 부담금 모두를 합한 금액입니다.”

노 전 회장은 “볼펜의 진찰비가 3만 9000원이라니 볼펜의 진찰비가 사람의 진찰비의 약 3배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제가 갖고 있던 몽블랑 볼펜의 가격은 약 50만원대였다”며 “사람의 가격은 과연 얼마일까. 사람의 가치를 수치로 환산할 수는 있는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사람의 진찰비가 터무니없이 싼 것인가, 몽블랑 볼펜의 진찰비가 터무니 없이 비싼 것인가. 둘 모두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글에 네티즌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의료계 종사자들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의료수가를 제대로 지적했다” “의료수가의 현실은 옷 수선 값보다도 못하다” 등의 의견을 내며 공감했다.

네티즌은 의료수가 현실화에 보단 명품 브랜드의 배짱 영업에 황당함을 드러냈다.

한 네티즌은 “이건 쇼크다. 일본에서는 수리견적 심사 받는 건 택배비 정도만 부담하는데 한국은 너무 심하다”고 비판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결국 명품 브랜드의 제살 깎아먹기”라고 우려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