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위기’ 그리스 말고도 15개국이 더 위험하다

입력 2015-06-29 07:20

그리스의 디폴트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곳곳에서 디폴트 위기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근근이 회복세를 보이던 글로벌 경제가 올해를 고비로 성장률이 둔화하고 통화 완화정책의 피로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그리스 말고도 ‘위기’라고 부를만한 국가가 15곳이나 더 된다.

빚을 갚지 못해 디폴트를 빠질 위험이 큰 국가로 거론되는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방만한 재정으로 대규모 부채와 구조적 저성장 문제를 보이는 유로존 국가들, 특히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등이 위기국으로 지목됐다.

이와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금리 인상에 나서면 자본유출 위험이 심각할 것으로 평가되는 터키 등도 위험국가로 분류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디폴트 위험이 큰 국가로 분류한 국가는 모두 9곳이다.

무디스의 등급표에 따르면 Caa1 등급은 투기등급으로 평가되기 시작하는 Ba1 등급보다 6단계나 낮은 것으로 신용도가 매우 취약해 디폴트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날 기준 무디스가 Caa1 등급 이하로 분류한 국가는 등급이 높은 순서부터 보면 아르헨티나(Caa1), 파키스탄(Caa1), 벨라루스(Caa1), 그리스(Caa2), 자메이카(Caa2), 벨리즈(Caa2), 쿠바(Caa2), 베네수엘라(Caa2), 우크라이나(Ca) 순이다.

아르헨티나는 이미 지난해 모든 채권단에 대한 상환을 요구한 미국 법원의 결정을 거부하면서 이미 ‘기술적 디폴트’에 빠진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지난주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신용파생상품시장에서 보험지급을 촉발하는 신용사태가 발생했다.

베네수엘라도 지난해 말부터 저유가가 이어지면서 베네수엘라는 채무 상환을 위해 금을 담보로 현금을 조달해야 할 만큼 경제 사정이 나빠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캐리비안섬의 소국 그레나다는 2013년 디폴트 이후 최근 2억5000만 달러 이상의 자국 채권을 보유한 투자들에 대해 50%의 원금삭감(헤어컷)을 단행했다.

미국의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는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차입이 계속 늘어나면서 부채는 모두 720억달러로 늘었다.

포르투갈은 지난해 5월 구제금융을 졸업했으나 지난해 총 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13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부채의 70%를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어 우려는 더 커진다.

유로존에서는 그리스(177%, 2014년 IMF 예상치)와 포르투갈을 제외하면 이탈리아(132%)가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프랑스는 95%로 이들 국가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정부적자가 GDP의 4.2%로 이탈리아의 2.9%보다 훨씬 높다.

이 때문에 FT는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금융위기를 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이 자본 유출과 통화가치 급락 등으로 충격을 받을 가능성은 지난 2013년 5월의 ‘긴축 발작(taper tantrum)’ 때보다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신흥국을 대상으로 한 취약성 평가에서 여전히 매우 위험한 곳으로 분류되는 나라는 바로 터키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러시아 등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이 30개 신흥국 경제위기 취약성을 분석한 것을 보면 6개 지표(GDP 대비 총 외채,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외채, GDP 대비 경상수지, 인플레이션, GDP 대비 재정수지, 경제성장률)를 토대로 취약한 부분을 평가한 결과, 터키가 6개 모두에서 취약한 것으로 나왔다.

남아공은 5개, 브라질은 3개였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