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서명운동 전문사이트 ‘체인지’에는 최근 ‘더 이상 조작을 하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에는 ‘후지TV의 특집 프로그램에서 인터뷰를 조작해 혐한 분위기를 조장했습니다. 공공재인 텔레비전에서 도저히 간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저널리즘의 신의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서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논란이 된 방송은 지난 5일 ‘이케가미 아키라 긴급 스페셜 -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한국의 수수께끼’라는 제목으로 전파를 탔습니다. 방송 황금 시간대인 금요일 밤 9시부터 2시간 동안 방송됐는데요.
이 프로그램에서 한국 여고생의 인터뷰가 조작됐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입니다.
체인지 등에 오른 서명요청 글에 따르면 문제의 프로그램에서 한국인들이 반일감정을 드러내는 인터뷰가 나오는데 그 중 한국 여고생의 발언이 일본어 자막과 전혀 다르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1시간33분짜리 영상 중 25분 10~14초 사이에 등장하는 한국 여고생의 말을 잘 들어보면 “일본 문화가 많이 다양하고, 많은 외국인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라며 웃으며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문제의 일본 프로그램은 일본어 자막과 함께 일본어 더빙을 통해 ‘싫어요, 왜냐하면 한국을 괴롭히지 않았습니까’라고 말한 것으로 내보냈습니다.
문제의 프로그램은 일본 최대 민영방송국인 후지TV가 방송해 더욱 눈길을 끌었습니다. 후지TV는 그동안 한류와 관련된 다양한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던 곳이었으니까요.
프로그램 진행자인 이케가미 아키라는 방송에서 잇따라 한국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비난을 샀습니다.
그는 과거사 사과와 관련해 독일과 일본이 비교된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서 “독일 주변국들은 교양이 있는 나라니까 사죄를 받아주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한국은 교양이 없어 일본의 사죄를 받아주지 않고 있다는 식으로 발언했습니다. 나아가 “한국은 반일이 건국의 기본 정신”이라면서 한국은 스스로 독립을 쟁취하지 못하고 일본이 패망한 뒤에 독립을 어부지리로 얻었으니 그 열등감 때문에 일본에 대한 반감을 간직하게 됐다고 설명합니다.
이케가미 아키라는 “한국이라는 나라는 한국인들이 스스로 싸워서 나라를 만든 게 아니다. 일본이 전쟁이 져서 조선반도를 버린 뒤에 한국이 생겼다. 이것은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것처럼 나라가 생겼다”면서 “자신들이 싸워서 국가를 만든 적이 없으니 열등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일보도 당시 한중일 삼국지 코너를 통해 문제의 영상을 자세히 소개하고 일본 네티즌들의 반응도 소개했습니다.
한국 여고생 인터뷰 조작 소동이 일자 유튜브에 걸린 영상은 삽시간에 수만건의 조횟수를 올리며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일부 의식 있는 네티즌들은 후지TV를 상대로 “혐한 분위기를 조작했군. 나라의 수치”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거짓말을 그만하시오” “한국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인데, 이런 방송 질린다”라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실제로는 혐일 발언을 했을 것이다. 다만 방송에 쓴 부분이 다를 뿐”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쨌든 여고생의 말과 자막이 다르니 조작 논란이 이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혐한 일본 네티즌들조차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이것은 창피하다.”
“구더기 같은 TV, 친한에서 혐한으로 전환을 꾀했지만 실패구나.”
“인터넷 우익은 또 졌구나.”
“하청 제작사에 책임을 떠넘기겠지.”
“거짓말쟁이 조작”
“후지 ‘싫으면 보지 마라!’”
“구더니 텔레비전은 혐한을 새로운 시장으로 여겼지만 그것조차 실패구나. 바보야 정말.”
“조작은 아냐. 연출이야.”
억지스러운 혐한 방송으로 한국과 일본의 의식 있는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후지TV, 한국 여고생 인터뷰를 왜 이렇게 엉터리로 내보냈는지 해명을 기다려 보겠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한중일 삼국지는 한국과 중국, 일본 네티즌들의 상대국에 대한 실시간 반응을 담는 코너입니다. 지리적으로는 가까운 이웃 국가이지만 역사적으로는 결코 반갑지만은 않았던 한중일. 21세기 인터넷 시대에도 이들의 애증 어린 관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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