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거나 푸른 색면을 화폭에 그려내는 김일권(53) 전남대 교수. 2010년부터 해마다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작품이 나와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호당 가격이 100만원까지 호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면서 색면의 미니멀리즘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서강대 영상예술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뉴욕과 파리 등에서 숱한 전시를 열어 호평 받았다. 뉴욕시립대 연구교수를 지낸 그는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과 교류하며 영향을 받았다.
그의 그림은 얼핏 보면 국내에서 전시된 마크 로스코의 작품과 닮았다. 로스코의 그림이 삶의 희로애락을 원색의 물감으로 붓질했다면 그의 작품은 고향인 전남 순천의 대지를 색면으로 옮긴 것이다. 형태와 감성이 공존하는 구상적 추상 또는 추상적 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최근 10여 년간 작업한 회화작업을 총체적을 보여주는 전시가 전북 완주군 오스갤러리와 아원에서 7월 30일까지 열린다. ‘그림 속 삶의 하루’라는 타이틀로 색면 회화 및 추상 작품을 통해 삶과 예술의 본질에 대해 탐구해왔던 열정을 돌아보고자 한다.
그의 그림은 남도의 평야지대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전 세계 여행에서 만날 수 있는 보편적인 풍경이기도 하다. 높은 하늘과 수평으로 펼쳐진 대지는 동서를 아우르고, 수평으로 분할된 색면은 하늘과 땅의 경계를 상징한다.
풍경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게 아니라 풍경에서 나타나는 긴장, 대립, 혼합 등을 스치듯 표현하는 것이다. 작가는 “추상의 극단과 구상의 진부함에 빠지지 않고 자연에서 느끼는 서정과 울림을 색과 빛을 통해 표현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오스갤러리(관장 전해갑)는 자연친화적인 전시공간으로 그동안 전수천 김병종 조영남 등 작가들의 전시를 기획했다. 전망 좋은 카페와 한옥을 갖추고 있어 주말이면 관람객들로 북적거리는 문화명소가 됐다. 김일권 작가의 작품과 전시공간이 잘 어울린다(063-244-7116).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뉴욕 크리스티 경매 고가 낙찰 색면 미니멀리즘 구상적 추상화 김일권 작가 전북 오스갤러리 7월말까지
입력 2015-06-28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