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이자 현역 국회의원 최다선인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친박계 의원들이 앞다퉈 법 개정을 주도한 유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지만, 서 최고위원은 아직 공개적으로 유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한 적이 없다.
거부권 행사 당일인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나 '유승민 책임론'에 대한 질문을 받자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으면서 "나 같은 경우에는 과거 원내총무 할 때 노동법 파동으로 내가 책임진 일이 있다"고 우회적으로 언급했던 게 전부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이나 국회법 개정안 협상에 대한 친박계 의원들의 비판이 잇따랐을 때도 "해괴한 일"이라거나 "순진한 협상을 했다"며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그의 거취를 압박하는 수위까지는 가지 않았다.
유 원내대표를 향해 들끓는 계파 내 기류를 감안하면 서 최고위원의 반응이 그리 강경하지 않은 셈이다. 이는 서 최고위원과 유 원내대표의 각별한 '인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유 원내대표는 김무성 대표와 맞붙었던 서 최고위원을 지지한 바 있으며, 이후 유 원내대표는 당내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서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론이 비등해지는 시기에도 둘 사이의 '신의'를 의식해 사석 등에서 "유승민만 아니었다면 진작 물러나라고 했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유 원내대표 거취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2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서 최고위원이 유 원내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유 원내대표가 친박계 의원들의 사퇴 요구가 거세다는 점을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만큼 굳이 서 최고위원이 공개 석상에서 유 원내대표를 마주본 채 얼굴을 붉힐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가 (친박계의 요구를) 몰라서 안 그만두는 게 아니지 않으냐"며 "(유 원내대표도) 다 알 텐데, 서 최고위원이 거기에 뭐라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공개 사과한 지난 26일 친박계 의원 7인의 긴급 회동 때도 최고위에서 유 원내대표 사퇴를 촉구해달라는 건의에 "의견을 잘 들었다.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 원내대표가 친박계의 사퇴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일 경우 박 대통령의 의중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서 최고위원도 계파 의원들을 대표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주목받는 ‘친박 좌장’ 서청원의 선택,,,유승민 자진사퇴 유도로 기운듯
입력 2015-06-28 1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