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국가대항전서 맞대결 ‘농구 대통령’ 허재 아들 허웅·허훈

입력 2015-06-28 20:34
사진=허재. 국민일보DB

“아버지 체형을 닮았어요. 농구선수로선 복 받은 것이죠.”(허훈)

“아버지처럼 저희도 승부욕이 강하죠. 모범생 스타일인 저보다 화끈한 성격의 동생이 아버지를 더 많이 닮은 것 같아요.”(허웅)

허웅(원주동부·22)과 허훈(연세대·20) 형제는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앞두고 지난 25일부터 닷새간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학농구선수’에 출전하고 있다. 이들에게 체형과 성격을 물려준 아버지는 ‘농구 대통령’ 허재다.

형제는 이번 대회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허웅은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대표선수로 꾸려진 한국A, 허훈은 대학별 우수 선수들을 모아서 만든 연합팀 한국B에 소속돼 러시아, 캐나다, 일본 등과 경기를 하고 있다.

대회 첫날 두 사람은 한국A, B팀 선수로 나와 맞대결을 펼쳤다. 맞대결을 앞둔 두 사람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허웅은 “동생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허훈은 “일단 경기장에 나서면 우린 형제가 아니라 선수다.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경기 결과는 형의 승리였다. 허웅은 1, 2쿼터만 뛰었지만 11점을 뽑아냈다. 풍부한 경기 경험 덕이었다. 허웅은 지난 2013년 카잔유니버시아드대회에도 출전했다. 지난해엔 3학년을 마치자마자 얼리 엔트리로 프로농구에 진출했다. 허훈은 형과의 맞대결에선 아쉬움을 남겼지만 탁월한 패스센스와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줬다.

형제의 꿈은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것이다. 이번 대회와 유니버시아드 대회 등 국가대항전은 국제 감각을 익히는 기회다.

허훈은 “한국A와 러시아, 캐나다, 일본 모두 광주U대회 대표팀인 만큼 한국B와는 기량 차이가 난다”면서 “이기긴 힘들겠지만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주고 배울 건 모두 배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험이 많은 허웅은 “외국선수는 체력적으로 좋다”며 “무서워서 피하는 것보다 실수를 해도 자신 있게 맞붙어야 한다”고 동생에게 조언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