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집안 싸움'이 주말 들어 진정 국면에 접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점입가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친박계가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를 거듭 촉구하면서 의원총회 재소집을 준비하는 가운데 비박계도 필요할 경우 재선 및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격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내홍이 임계점에 달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진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최대한 말을 아끼면서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내 여러 의견을 두루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친박계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가 하루빨리 사퇴하는 것만이 새누리당의 안정과 당·청 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정답'이라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태흠 의원은 28일 "의원총회 소집을 위해 의원들로부터 서명을 받았고, 이미 요건은 다 갖췄다"면서 "내일 최고위원회의 등을 지켜본 뒤 소집 요구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청와대가 (유 원내대표에 대해) 저렇게까지 완강한 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6일 서청원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회동을 가졌던 친박계 중진들도 유 원내대표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데 뜻을 모으고 김무성 대표에게 이런 견해를 전달하기로 했으며, 조만간 다시 만나 대책을 논의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박계 의원은 "이대로는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유 원내대표가 인식해야 한다"면서 "청와대와 여당이 앞으로 따로 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친박계의 '초강수'에 비박계 의원들은 '확전'을 경계하면서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며 전열을 정비하는 동시에 반격의 틈을 노리는 모습이다.
지난 25일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직후 오찬모임을 갖고 '유승민 사퇴 불가론'으로 의견을 모았던 비박계 재선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또다시 회동을 검토했으나 사태의 추이를 더 지켜보기로 하고 회동은 일단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3선 이상의 중진의원들도 조만간 별도의 회동을 갖거나 개인성명 등을 통해 유 원내대표의 사퇴로 당이 파국을 맞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 등은 비박계가 조직적으로 반격에 나설 경우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비박계 재선의원은 "이번 내홍 사태는 당내 권력투쟁 양상이기 때문에 하루 이틀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면서 "유 원내대표가 사퇴할 경우 여권 전체적으로도 득이 될 게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변수가 많겠지만 유 원내대표가 당장 사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주말 당내 여론을 수렴하는 동시에 청와대측과도 접촉하면서 '장고 모드'에 들어간 모습이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거취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 반복한 채 극도로 말을 아꼈다. 김 대표도 이날 하루종일 자택에 머물면서 대책을 숙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29일 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고 김 대표·유 원내대표와의 회동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와 인간적인 관계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계를 대표해 유 원내대표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최고위원회의가 중동호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책 논의와 제2연평해전 13주기 추모라는 취지로 경기도 평택에서 열리는 만큼 서 최고위원이 유 원내대표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서청원, 김무성.유승민 긴급회동 제안...내일 최고위원회의 최대 분수령
입력 2015-06-28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