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40일 가까이 계속되고 환자도 182명으로 늘었지만 바이러스의 정체는 여전히 뚜렷하지 않다. 증상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소 별다른 병이 없던 사람도 사망한다. 사태가 완연한 진정세로 접어들지는 이번 주 서울 한림대 강동성심병원에서 추가 환자가 얼마나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
◇증상 없어도 양성 판정=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27일 메르스 환자 1명이 추가됐고, 28일에는 환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27일 발표된 182번 환자(27·여)는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간호사다. 메르스 증세가 거의 없었는데도 양성으로 판정됐다. 자가 격리됐다가 업무 복귀를 앞두고 의료진 262명을 상대로 한 전수 검사에서 유일하게 양성 판정을 받았다.
보건 당국은 28일 브리핑에선 “추가 역학조사를 해보니 소화불량, 찬바람을 맞았을 때 잔기침, 목에 무언가 걸린 듯한 느낌 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메르스로 인한 것인지는 검토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감염력은 굉장히 낮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비슷한 경우는 앞서도 있었다. 지난 10일 퇴원한 평택성모병원 간호사(25·여·34번 환자)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픈 데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 역시 증세가 나타나서 검사를 받은 게 아니라 병원 의료진 전수 검사 과정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 4일부터 6일간 입원해 있으면서도 치료와 관련한 약을 전혀 복용하지 않았다. 보건 당국은 “16세 환자가 증상이 약했지만 발열이 일부 있어 완전히 무증상인 경우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홈페이지에서 “감염되고도 증세가 나타나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기저질환 없는데 또 사망=평소 질환이 없는 사람이 메르스에 감염돼 사망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사람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7일 추가로 사망한 104번 환자(55)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보호자로 체류하면서 감염됐다. 본인이 환자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이 환자는 메르스 치료 과정에서 당뇨병이 있다는 사실이 진단되긴 했으나 당국도 그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었다. 앞서 81번 환자(62)와 98번 환자(58)도 별 다른 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메르스로 사망했다. 감염 연결고리가 풀리지 않은 환자도 여럿이다.
◇강동성심병원 접촉자 4800여명=메르스 환자는 25~27일 각 1명씩 발표되고 28일에는 나오지 않는 등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핵심 변수는 173번 환자(70·여)가 입원했던 강동성심병원에서 추가 환자가 나오느냐다. 보건 당국은 이 병원에서의 접촉자가 4825명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 완치돼 26일 귀국한 10번 환자(44)는 당국의 조사를 받으며 “중국 출장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겠다고 (회사에) 말하기 어려워 일단 출국했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는 “체온이 높지 않아 감기로 생각했고 출장 하루 전 출장자를 변경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평택성모병원에 머문 시간이 2시간밖에 안됐고 문 옆에서 짐 정리를 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온라인 편집=김상기 기자
증상 없는데 확진, 지병 없는데 사망… 메르스 미스터리
입력 2015-06-28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