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친박은 바람, 유승민은 나무?..여권 내전 예의주시

입력 2015-06-28 16:51
국민일보DB

새정치민주연합이 여권의 ‘내전’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 의원들을 맹비판하면서 협상 파트너인 유승민 원내대표를 측면지원하고 나섰다. 여당 내 협상파인 유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으면서 사태의 향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28일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유 원내대표는 바람에 휘는 나무 같다”며 “곧 바람은 지나가고, 나무는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뿌리 깊은 나무를 위하여”라고 건배 제의를 한 뒤 “(유 원내대표가) 그런 나무가 되라는 뜻”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청와대와 친박계 의원들을 ‘흔드는 바람’으로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논평도 협상 파트너인 유 원내대표가 아닌 박 대통령과 친박 의원들에 대한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여당 원내대표는 무기력하게 고개를 숙이고 여당 내 친박 의원들은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풀어드리기 위해 여당 원내대표 찍어내기에 팔을 걷어 붙였다”고 비판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도 “메르스 사태를 책임져야 할 박 대통령이 나서서 정쟁의 원인을 제공하고 친박계 의원들이 불씨를 키우고 있는 꼴”이라고 거들었다. 새정치연합은 그러면서 국회가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연합이 박 대통령과 친박 진영을 정면 겨냥한 것은 이번 사태를 ‘입법부 VS 청와대’의 구도로 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법 개정안 재부의 의사를 밝히고 있는 데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비박계를 중심으로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여권 내 ‘협상파’에게 힘을 싣는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새정치연합이 연일 ‘삼권분립’과 ‘의회민주주의’를 강조하고 나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원내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가 뽑혀나가고 새 원내대표가 오면 청와대 앵무새 역할을 할 뿐 무슨 권한이 있겠나”며 “유 원내대표가 어떤 방식으로든 (국회법 개정안 문제를) 해결하려면 버텨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입법부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거부권 정국도, 그리고 이걸 일으키게 된 하나의 원인이 된 국회법 개정안에 관한 문제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며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점’과 관련, “입법부의 권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며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국회 입법권을 미처 잘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그런 것까지 생각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와 관련해 “국회법 개정안이 폐기될 경우 행정부의 위임 입법까지 국회 입법 과정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특히 세월호 특별법 등 논란이 있는 시행령을 법 개정으로 수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