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의 지누(류승범)은 자유로운 청춘의 표상이다.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과감하게 도전한다. 역할을 연기한 배우 류승범(35)과 꼭 닮았다. 3년간 프랑스에서 지내다 영화 홍보 차 잠시 ‘내한’한 그를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임상수) 감독님의 시나리오나 작가적인 시선을 통해서 배운 게 많아요. 작업하면서도 감독님과 여러 배우들에게 많은 걸 배울 수 있었고요. 정말 좋은 시간을 가진 것 같아요.”
영화 ‘베를린’(2012) 이후 3년 만이다. 그는 이전보다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힘을 빼고 절제하는 연기를 한 영화 속 모습과도 겹쳤다. 류승범은 “지누는 한발 물러서서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인물”이라며 “연기적으로 뭔가 해보고 싶다는 욕심보다 캐릭터 자체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달라진 생활환경이 연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류승범은 3년 전 한국에서 살던 집을 팔고 돌연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것 등 여러 고민들이 뒤엉켰다.
그때 류승범은 생각을 단순화했다. 스스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었다. 그는 “편안한 환경에 저를 데려다놓고 싶었다”며 “낯선 곳에 가서 여행이 아닌 새로운 삶을 보고 싶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 스스로 해야 하는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도 자연스럽게 변하더라고요. 개인적인 시간에 대한 소중함도 느끼게 되고요. 누구와 함께 있을 때도 좋지만 혼자 보내는 시간도 좋더라고요. 자연스러운 일상의 변화인 것 같아요.”
류승범은 요즘 일렉트로닉 기타에 푹 빠졌다. 기타를 칠 때면 아무 생각 없이 마음이 편안해진단다. 자유롭게 길거리를 거니는 것도 즐거운 일상이다. 종종 프랑스어를 못해 불편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그는 “언어를 몰라 더 편한 것도 있다”며 웃었다. 오히려 신경 써야할 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란다.
남들과 분명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류승범은 “굉장히 외롭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선택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외롭지 않으려고 하는 게 더 외롭더라고요. 그래서 외롭다는 걸 인정한 것 같아요. 그게 제 방법이었어요. 외로움을 피하려 하면 할수록 더 힘들잖아요? ‘늘 외롭지 뭐.’ 그냥 그렇게 넘어가는 것 같아요.”
언제부턴가 류승범에게는 ‘자유로운 영혼’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몇 년을 앞서 가는 패셔니스타라는 이미지도 강하다. 뭔가 달라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법하다. 하지만 그는 “자유로운 사람이 부담을 갖고 있다는 건 자유롭지 않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난 자유롭고 싶다. 그게 자유로운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청춘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류승범은 “저 자신에게 하는 소리일 수 있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일상에서 두려움과 싸우는 경우가 많은데, 선택은 결국 두 가지더라. 지느냐 혹은 승리하느냐. 난 승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그런 어떤 매 순간 두려움을 이겨내는 노력을 스스로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젊음이라는 건 혼란스럽고 두렵고 잘 모르겠는 것 같아요. 지금 가는 길이 맞는 건지, 지금껏 온 길이 맞는 건지, 앞으로 어떻게 가야하는지…. 방향성도 전혀 없고요. 하지만 계속 걱정하고 두려워만하면 그 안에 갇혀서 지낼 수밖에 없잖아요. 전 그 순간 생각을 바꾸려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런 방법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요.”
‘나의 절친 악당들’ 홍보 일정이 마무리되면 류승범은 다시 파리로 떠난다. 차기작에 대해선 아직 아무런 계획이 없다. 시간을 갖고 기다리며 차차 생각을 정리할 예정이란다. “자주 만나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다”고 재촉했다. 그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이렇게 얘기했다.
“저도 가끔 어떤 배우가 오래 안 보이면 ‘뭐하고 지내지? 보고 싶다’ 그래요(웃음). 그런데 잠깐 잊어버렸다가도 또 나오면 ‘어? 나왔네?’ 하잖아요.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는 게 가장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자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래 걸리더라도 그 시간을 간직할 수 있는 영화, 그런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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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28 16:24 수정 2015-06-28 1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