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IS)'가 29일(현지시간)로 신정일치의 ‘칼리파 국가’ 수립을 선포한지 1년이 된다. 국제사회는 당시만 해도 이슬람권의 흔한 테러 조직이 ‘만용’을 부리는 것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IS는 지난 1년 간 국가의 틀을 갖춰 나가며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보란 듯이 점령지를 넓혀갔다. 오히려 미국을 비롯한 국제연합전선 및 이라크, 시리아 정부군과의 ‘전쟁’에서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막강한 화력을 자랑했다. IS는 특히 온라인 선전전 등을 통해 전 세계 곳곳에서 추종세력을 만들어냈고, 이들을 통한 테러로 글로벌 사회를 공포에 떨게 했다. 전문가들은 IS를 격퇴하는 데에는 앞으로도 수년 이상 소요되고, 추종 세력도 계속 양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의 ‘테러 공포’도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막지 못한 거침 없는 세 확장=알카에다의 이라크 지부로 출범한 IS는 이전까지는 주로 이라크 북부에서만 활동했다. 그러다 지난해 1월 시리아 북부까지 세를 확장했고, 6월 말에는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44)가 시리아 북부와 이라크 북동부를 영역으로 하는 국가를 선포했다. 이슬람권의 극단주의 테러조직들은 그동안 친서방 성향의 통치자들을 몰아내고 이슬람 원리주의에 기반한 새로운 국가 수립을 갈망해왔는데, IS가 이를 탄생시킨 것이다.
시리아 북부 라카를 수도로 삼은 IS는 1년이 지난 지금은 자체 화폐와 정부조직, 사법제도는 물론 세금징수 및 대학교육 체제, 은행까지 구축한 어엿한 국가로 변모했다. 빠르게 국가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던 바탕에 ‘공포정치’와 ‘유전’이 있었다. IS는 이슬람 초기 사회의 율법(샤리아)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어길 경우 공개처형하는 식으로 현지인들을 통제해왔다. 유전 밀매를 통한 자금으로 무기를 도입하고 전사들에게 월급도 풍족히 주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28일 현재 IS는 이라크 제2도시 모술과 동부의 라마디, 팔루자 등을 비롯해 이라크 전체 영토의 3분의 1 정도를 장악하고 있다. 시리아에서도 북부 라카와 알레포, 팔미라, 데이르 알 주르 등 3분의 1 정도를 통치하고 있다.
◇전 세계에 추종세력 구축, 테러의 일상화=IS는 국지적 테러단체로 머물지 않고 ‘극단주의 이슬람 원리주의 확산’을 주창하며 전 세계로부터 지지 세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1년 사이 서방사회에서는 무슬림과 비무슬림 간 대립구도가 극도로 심화됐다. IS가 발호하면서 서방사회 내 무슬림들이 극단화되거나 기존 체제에 불만을 가지게 되면서 ‘테러리스트’로 변신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 1년 간 프랑스, 호주, 벨기에, 미국, 영국 등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크고 작은 테러 또는 테러 모의가 발각돼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제 서방사회 내 테러는 ‘간혹’ 생기는 일이 아니라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은 듯하다.
아울러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IS의 포섭활동으로 전 세계 젊은이들이 IS로 합류하기 위해 직접 시리아와 이라크로 떠나기도 했다. 지난 1월 터키를 통해 시리아의 IS 조직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 우리나라의 김모군도 인터넷으로 IS와 접촉한 케이스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날 현재 IS에 가담한 유럽 출신 젊은이가 3000명이며, 전체적으로는 100개국에서 2만명 정도가 합류했다고 추산했다.
◇테러세력 규합으로 점점 커지는 IS=지난 3월 나이지리아의 테러조직인 보코하람이 IS에 충성을 맹세하는 등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등의 기존 테러 조직들이 잇따라 IS 휘하에 들어가고 있다. 유전에서 나온 자금으로 블랙홀처럼 테러 조직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IS세력에 대원들이 쏠리자 기존 테러조직인 탈레반이 이들과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발생한 예멘, 쿠웨이트, 튀니지 등지의 테러도 IS 연계세력이 벌인 사건들이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테러조직들의 IS 연계세력으로의 재편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럴수록 테러가 더 활발해지고, 테러 양상도 훨씬 더 과격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 기획] 지난 1년 간 테러를 일상화시킨 IS
입력 2015-06-28 1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