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퀴어문화축제 현장에 반(半)나체 참가자들이 대거 등장했다.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서울광장 내에서 각종 모금행위, 판매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서울시에 ‘서울광장 이용 준수사항 동의서’를 제출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28일 오전 10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는 오전부터 붉은색 팬티만 입고 상반신을 노출한 한 남성이 ‘STOP HATE’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광장을 활보했다. 이 남성은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기 위해 북을 치며 “예수”를 외치는 기독교인들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봤다. 검은색 란제리 차림의 한 여성은 가면을 쓰고 부스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녹색당 부스에는 브래지어를 훤히 드러내는 여성 운영자들이 ‘지구가 아니라 침실을 뜨겁게’ ‘나무가 아니라 손톱을 자르자’ 등의 자극적 문구를 가슴 위에 적고 부스를 찾는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완전변태’ 부스에선 성기 바로 위까지 푹 파인 레슬링복을 입은 한 남성이 책자를 판매했다.
오후가 되면서 반나체 차림의 참가자들이 점점 늘기 시작했다. ‘노동당 성정치위원회’ 부스에 나타난 한 여성은 검은색 브래지어와 팬티를 입고 방문객들을 맞았다. 다른 여성은 살색 속옷만 입은 채 검은색 망사를 걸치고 활보해 마치 나체차림인 듯한 착시효과를 보였다. 온몸을 문신으로 장식한 일부 남성 참가자는 얼룩무니 팬티만 입고 험악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갈색 가발과 흰색 옷을 착용한 참석자는 ‘항문섹스는 인권이다! 정말 좋단다’라는 팻말을 들고 돌아다녔다. ‘이쪽사람들’ 부스에선 상반신을 노출한 여성, 남성이 음부를 만지는 남성 사진 등이 전시됐다.
이날 88개 부스 중 50개에서 맥주, 보드카, 커피, 책, 핫도그, 칵테일, 선크림, 배지, 여성 성기 모양의 그림·쿠키 등을 판매했다.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등 14개 부스에선 후원금을 모금했는데 퀴어문화축제조직위는 아예 광장 내에 후원함을 설치해 놨다.
그러나 퀴어문화축제조직위가 서울시에 제출한 ‘서울광장 이용 준수사항 동의서’에는 ‘광장 내에서 일체의 협력업체 등 기업광고, 각종 모금행위, 판매행위는 할 수 없다’ ‘광장 내에서 음식물 취사 및 동물 반입이 예상되는 행사를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무대에 오른 한 동성애자는 “저쪽에서 혐오세력이 ‘예수’를 외치고 있다”고 비판하고 “게이로 태어난 게 너무 행복하다”고 웃었다.
이날 주최측은 남성 간 성접촉이 에이즈 확산의 주요인이며, 에이즈가 남성 동성애자 사이에서 주로 유행하는 질병이라는 사실은 일체 알리지 않았다. 대신 아이샵을 통해 무료로 종합 성병검사를 해주겠다고 했다. 주최측은 ‘퀴어문화축제를 후원하기 위해 스티커를 사 달라’고 반복적으로 공지했다. 퀴어문화축제조직위는 오후 5시30분부터 6시30분까지 퍼레이드를 개최한다고 공지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퀴어문화축제 현장 스케치… 반나체 참가자들 대거 등장
입력 2015-06-28 16:33 수정 2015-06-28 2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