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통제 시스템, 일본은 한국에서 배워라”
“이미 언론통제의 수단 중 하나로 광고에 손댄 나라도 있는데.”
일본 아베 정권이 ‘언론 통제 발언’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고 합니다. 아베 신조 총리를 응원하는 모임에서 ‘게이단렌에 영향력을 행사해 문제 언론에 광고를 싣지 못하게 하자’는 발언이 나왔기 때문인데요. 우리 네티즌들은 최근 국민일보를 상대로 불거진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의 ‘기사가 되냐’ 발언 파문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어쩜 이리 비슷하느냐는 것입니다. 28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일본의 언론통제 발언 파문부터 보시죠. 이날 연합뉴스와 SBS 등이 일본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한 기사를 보면 자민당내 소장파 의원 모임인 ‘문화예술간담회’의 지난 25일 회합에서 문제의 발언이 나왔습니다.
회합의 초청 연사로 나선 극우 성향 소설가 햐쿠타 나오키(百田尙樹)는 “(아베 정권의 정책에 비판적인) 오키나와(沖繩)의 두 신문(오키나와타임스와 류큐신보)은 뭉개지 않으면 안 된다”며 “있어선 안 될 일이지만 오키나와의 어느 섬을 중국에 빼앗겨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또 “언론을 손보는 데는 광고료 수입이 없어지게 하는 것이 제일이니 게이단렌(經團連·한국의 전경련 격)에 영향력을 행사하면 좋겠다”거나 “(정권 운영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그 스폰서 기업을 열거하면 된다”는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고도 합니다.
문화예술간담회는 아베 총리 핵심 측근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 부(副)장관,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총재 특보 등이 아베 총리의 집단 자위권 및 개헌 행보에 힘을 보태자며 결성한 모임이라는군요.
아베 친위대격인 회합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파문이 일고 있는데요. 자민당은 모임을 주재한 기하라 미노루(木原稔·중의원 3선) 당 청년국장에 대해 1년간의 당직 정지 처분을 내리고, 문제 발언을 한 오니시 히데오(大西英男), 이노우에 다카히로(井上貴博), 나가오 다카시(長尾敬) 등 중의원 재선의원 3명에 대해서는 엄중 주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자칫 국회 계류중인 집단 자위권 법안에 악영향을 우려해 서둘러 봉합을 시도한 것이지요.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는 “청년국장을 자른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 발언은 너무 터무니없는 내용이니 아베 총리는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키나와에 지역구가 있는 야당 국회의원 5명도 “보도기관을 지명해가며 ‘뭉개자’는 등의 말을 하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반(反)하는 것으로 간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도쿄 시부야(澁谷)에서 열린 집단 자위권 법안 반대 집회에서도 “비판 의견을 묵살하려는 방식은 용납할 수 없다” “언론의 자유가 위험하다” 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고 합니다.
아베 응원단의 언론 통제 발언를 접한 우리 네티즌들은 대체로 한국과 흡사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최근 불거진 국민일보 광고 빼기 논란과 개그콘서트 민상토론 불방 외압 의혹 등을 거론한 것이죠.
“저 내용 모두 우리나라에서는 벌써 시작했는데. 국민일보 광고 빼기. 개그 프로 방송중지.”
“유신시절 신문들을 광고로 통제한 적이 있었지. 일본도 독재국가로 가려고 발버둥치는 구나.”
“언론통제는 우리가 한 수 위인 것 같은데.”
“우리나라 따라오려면 일본은 아직 멀었다. 우린 이미 실행하고 있지. 광고주에게 압박해서 언론 목조이기. 방통위 장악해서 방송국 길들이기.”
“우리나라가 이런 걸로 기사 쓸 나라냐.”
앞서 정부는 지난 19일 종합일간지 1면에 ‘메르스, 최고의 백신은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는 공익광고를 내면서 국민일보만 제외해 논란을 자초했습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16일 국민일보 편집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살려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뒷편에 A4용지!… 페북지기 초이스” 기사를 놓고 ‘기사가 되느냐’며 문제 삼았습니다. 사흘 후 광고가 빠졌고 국민일보는 물론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한겨레는 사설과 칼럼을 통해 광고를 이용한 ‘편집권 침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 ‘기사가 되냐’ 파문
아베 친위대의 광고빼기와 청와대의 ‘기사가 되냐’… 페북지기 초이스
입력 2015-06-28 1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