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흑인교회 총기난사 희생자의 장례 예배 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참석했다. 지난 주 찰스턴의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 청년의 총격으로 숨진 클레멘타 핀크니(41) 목사의 장례식이었다.
“우리가 선량함이라는 은총을 발견한다면 모든 것은 가능해집니다. 은총을 통해 모든 것이 바뀔 수 있습니다.”
40여분의 추모연설이 끝나갈 무렵 오바마 대통령은 말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입에서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놀라운 은총)’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웃음과 박수가 터지기 시작하면서 단상에 있던 사람들이 차례로 일어섰다. 오르간과 기타, 드럼 등이 오바마 대통령의 노래에 맞춰 연주를 시작했고 성가대와 5500여명의 추모객이 함께 불렀다.
노래 말미에 오바마 대통령은 핑크니 목사와 또 다른 희생자 8명의 이름을 차례로 부르며 “그들이 은총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 CNN 등 미국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른 이 순간이 그의 대통령 재직기간 중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오바마 대통령은 1기 4년에 이어 2기 임기 2년 반을 마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은총의 기독교적인 의미를 짚으면서 인종 갈등과 반목을 넘어선 화합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주 내내 은총에 대해 생각했다.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가족들이 보여준 은총, 핑크니 목사가 설교했던 은총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찬송가인 '어메이징 그레이스'에 묘사된 은총”이라고 말했다.
이 찬송가는 흑인노예 무역에 가담했던 영국 성교회 사제가 과거를 반성하고 종교에 귀의한 후 자신의 죄를 사해준 신의 은총에 감사함을 담아 적은 곡이다. 그 동안 자신의 인종적 측면을 선전하기 꺼렸던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인 선택이었다.
현지 언론들은 백인의 증오범죄에 의한 흑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이 이 같은 발언과 노래를 했다는 점에서 더 큰 울림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새론 존슨 정치컨설턴트는 CNN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추모사를 한 것은 물론, 주로 흑인이었던 청중에게 또렷이 치유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른 것은 한 편의 서사시”라고 평가했다.
미국 언론은 또 지난 한 주는 오바마에게 은총의 한 주였다며 이날 장례식 장면과 함께 의미를 부여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 주간 거둔 성과로 당분간 레임덕(권력누수현상) 없이 국정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오바마 대통령, 총기난사 추모 현장에서 부른 노래 '어메이징 그레이스'
입력 2015-06-27 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