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 앞에서 발을 요리조리 옮기며 포즈를 잡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소년처럼 맑고 앳된 얼굴에, 눈빛은 의젓하게 반짝였다. 말을 할 때면 단어를 고르는 느린 호흡에서 진중함이 묻어났다. 능청스러운 의대생 탁예준도, 동대문 야시장을 떠도는 도한도 아닌 배우 김희찬과 마주한 감상이다.
그가 연기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교회에서 성극을 하면서부터다. 당시 참여자들이 함께 준비하는 과정을 거쳐 하나의 공연이 만들어지고, 이를 상연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직업 희망란에 ‘배우’라고 썼어요. 중학교 3학년 때는 연기학원에 등록해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죠.”
고등학교 때는 영화 동아리에서 단편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친구들끼리 모여 ‘너는 촬영해라, 난 대본 쓰고 연출 한다’면서 공포 영화를 찍었던 적이 있어요. 저는 연기와 각본, 연출의 3역을 맡았었죠.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연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연출에 대본까지 썼다는 말에, 글 쓰는 것을 좋아하냐고 물었다. 김희찬은 캐릭터 분석을 할 때면 항상 그 인물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글로 써 본다고 답했다.
“그러면 재미있는 스토리가 나와요. 드라마 ‘프로듀사’를 할 때도 예준이 캐릭터에 대해 글을 써 봤고요.”
고등학생 김희찬은 학원에 다니며 연기를 배우는 한편, 동아리에서 영화를 만들며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처럼 온통 연기로 채워진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현재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에 다니고 있다.
“저희 과 일이 너무 바빠서 대학교에서는 동아리 가입을 할 수가 없었어요. 과내에서는 짧은 영상이어도 선후배, 동기들과 같이 찍는 것이 재밌어요.”
2012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작품 ‘도깨비숲’으로 처음 스크린에 데뷔했다. 그 후에는 과 선배이자 독립 영화 ‘거인’으로 주목받은 김태용 감독의 ‘도시의 밤’을 찍었다. 왕혜령 감독의 ‘동거’에도 출연했다.
“여태까지 맡았던 역할은 전부 저와 조금씩은 닮았다고 생각해요. 제게 ‘프로듀사’ 속 예준이 같은 모습도 있고, 곧 개봉할 ‘글로리 데이’ 속 두만의 모습도 있는 거죠. 각기 다른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제 안의 있는 색다른 모습들을 끄집어내는 것 같아요.”
김희찬은 몇 차례의 오디션을 거쳤지만 감독 이하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것은 아직도 어렵다고 했다. ‘필살기’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는지를 묻자 그는 제법 진지한 대답을 내놨다.
“오디션은 뽑는 사람의 마음을 사야하는 것이고, 역할도 저와 맞아야 하잖아요. 최근에 ‘미움 받을 용기’라는 책을 봤는데, ‘네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라’는 구절이 기억나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연기에 대한 준비와 노력이라면,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은 오디션장에서 감독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기를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필살기라면 필살기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아하는 배우와 영화를 묻자 눈이 반짝였다. “외국 배우는 ‘트랜스포머’의 샤이아 라보프를 좋아해요. 그가 열여덟 살인가? 그때 찍었던 ‘지상 최고의 게임’을 감명 깊게 봤어요. 어린 나이에 그만큼의 디테일한 연기를 보여준 것이 정말 멋졌어요.”
“영화는 장르를 안 가리고 챙겨 보는 편이에요. SF, 판타지 장르, 마블의 수퍼히어로물을 좋아해요. ‘앤트맨’도 기대하고 있고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물어 봤다. 식상하지만 김희찬에게 가장 궁금한 질문이기도 했다.
“배우들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연기를 좋아해서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연기 잘 하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섹시한 배우’ 같은 타이틀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제 소망이에요.”
“카메라 앞에 설 때, ‘내가 이렇게도 연기를 할 수 있구나’, ‘이런 모습으로도 변할 수 있구나’ 해요. 제 모습이 제일 재밌는 거죠. 그 과정에서는 고민도 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가 제일 즐겁습니다. 그래서 어떤 역할이든 가리지 않고 시도해 보고 싶어요. 지금도 열심히 오디션을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색다른 캐릭터를 만나 연기하고 싶어요.”
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
‘프로듀사’ 김희찬 “최선을 다하는 것이 연기자로서의 필살기” (인터뷰 ①)
입력 2015-06-2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