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승범(35)은 3년 전부터 해외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살던 집은 일찌감치 팔았죠. 프랑스 파리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중입니다. 유유자적 길거리를 거니는 게 일상이랍니다. 요즘은 혼자 일렉트로닉 기타 치는 재미에 푹 빠졌다더군요.
류승범은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 홍보 차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습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죠. 자유로운 영혼이라 불리는 그는 첫인상부터 뭔가 달랐어요.
약속시간 몇 분전 도착해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류승범이 샌들을 질질 끌고 계단을 걸어 내려왔습니다. 그는 카페 주인에게 다가가 환하게 웃으며 음료를 주문했습니다. 매니저 등 스태프에게 부탁하는 여느 스타들과 달랐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하려 테이블에 마주앉은 순간 파우더향이 코끝에 닿았습니다. 무겁고 진한 남자 향수는 싫어하는 편인데, 류승범에겐 참 좋은 향이 났습니다. 무슨 향수를 쓰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바로 들어갔죠.
감색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그는 다리를 꼰 편안한 자세로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여느 때처럼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습니다. 직접 눈을 보며 얘기할 수 없어 조금 아쉽긴 하더군요. 하지만 모든 말마다 ‘네’ ‘네’라고 호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그는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만 말씀해주세요’라며 자세를 고치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칭찬이라도 한 마디 건네면 류승범은 가지런한 이를 한껏 드러내고 웃음을 지었습니다. 모든 질문에 조곤조곤 진솔하게 대답했죠. 그러나 자신의 가치관이나 철학에 관한 질문엔 선뜻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한참 고민을 하다 조심스럽게 말하더군요. “명확하게 정립된 상태가 아니라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아직까지는…. 그냥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가 마무리될 때쯤 조심스레 문신에 대해 물었습니다. 류승범의 왼쪽 팔에는 꽃, 나비, 스마일 무늬 등 여러 타투가 새겨져 있거든요. 어떤 의미들을 담은 건지 궁금했죠. 하지만 그는 “비밀도 가지고 있고 싶다”며 “노코멘트”라고 했습니다. 사람들과의 추억을 담은 사진이나 일기장 같은 것이라며 웃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새긴 문신은 어떤 것이냐고 또 물었습니다. 자신이 만든 문구로 등 쪽에 레터링을 했다더군요. 류승범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었습니다. ‘아이 윌 네버 비 더 세임(I will never be the same).’ 근사하지 않은가요.
류승범은 마지막까지 신선한 충격을 줬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라고 씩씩하게 인사한 뒤 카페 문을 나섰죠. 매니저? 스타일리스트? 아무도 없었습니다. 가방 하나 없이 터덜터덜 혼자 골목길을 걸어 나갔습니다.
나가는 방향이 같았습니다. 도로에 다다르니 저 멀리 류승범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택시를 잡고 있더군요. 말 그대로 ‘스타, 이런 모습 처음이야’였습니다. 택시가 도착했지만 다른 여성 승객들에게 양보했습니다. 길가를 서성이며 기다리다 다음 택시를 타고 유유히 떠났죠. 그 몇 분 동안의 장면은 아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류승범, 그는 파격적으로 자유로웠다 [내가만난★]
입력 2015-06-27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