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국민 공격 컨트롤타워” 野 “봉건 군주제의 성난 여왕님의 모습”

입력 2015-06-27 00:03

새정치민주연합은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이틀째 강력 반발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대국민호소문을 발표, 전날 '배신정치 심판론'을 주장한 박 대통령에 대해 "정작 국민으로부터 심판받아야 할 사람은 대통령 자신"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국회와 국민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발언을 통해 "메르스 사태와 세월호 참사 때는 보이지 않던 박 대통령이 국회를 모욕하고 국민을 공격할 때가 되니까 직접 나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부터 24시간 국회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 이종걸 원내대표는 원내수석부대표실에 "대통령은 국회와 싸우지 말고 메르스와 싸우십시오!"라는 현수막을 거는 등 '야전사령실'을 마련하고 장기전에 대비했다.

이 원내대표는 원내수석부대표실을 언론에 공개하며 "3권분립이라는 황금분할, 삼각형의 한쪽이 완전히 일그러졌다. 제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또 "정의화 의장이 7월 1일 (국회법 개정안) 부의 날짜를 지정해서 말씀해주신 게 너무 고맙다"며 "의장의 뜻이 흔들리지 않고, 의장께서 새누리당의 많은 뜻있는 의원들을 설득해서 표결 참석할 수 있게 7월 1일을 하나의 중요한 날짜로 꼽고 싶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국회 일정 보이콧보다 한층 강경한 전술을 구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일부 의원들은 의총에서 이 원내대표가 단식투쟁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거리 홍보전에 나서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청와대 앞에서 의총을 열어 박 대통령을 직접 규탄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국회 본관에서 의원들이 농성을 벌이자는 의견, 박 대통령의 '선거 심판' 발언이 선거법 위반인지 법률 검토를 해야 한다는 의견 등도 이어졌다.

여론전의 수위도 한층 강력해졌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어제 모습은 봉건 군주제의 성난 여왕님의 모습이었다"고 비유했고, 신계륜 의원은 "악몽과 같은 독재정권의 모습을 너무나 닮았다"고 말했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여당에 대해 "염치는 어디 가고 눈치만 남았다"며 "살아있는 헌법을 사도세자처럼 뒤주에 넣어 질식사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새정치연합은 여권이 말하는 경제활성화법 30건 중 이미 23건을 처리했다. 경제 실패를 운운하며 야당의 발목잡기로 책임을 돌리지 말라"고 반박했다.

당 정책위원회도 보도자료를 내고 박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15개 항목으로 나눠 조목조목 반박하고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현황을 상세히 소개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회법 개정안의 자동폐기를 막는 등 강력하고 적절한 대응카드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일각에서는 장외투쟁이나 김현웅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거부 주장도 나오지만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다는 우려가 더 크다.

박 원내대변인은 "야당이 가진 유일한 수단은 스피커"라며 "거부권 행사의 부당성을 알리고 재부의 일정을 잡으라고 지속적으로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