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친박 최고위원 동반사퇴?, 유승민 사퇴 압박” 朴대통령 탈당설에 신당창당설까지

입력 2015-06-26 21:01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촉발된 새누리당 내부가 정면충돌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전날 박 대통령의 거부권을 수용해 재의하지 않기로 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보였지만, 친박(친 박근혜)계가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를 접지 않으면서 계파간 균열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유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정책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에서 "충분히 국정을 뒷받침해주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최대한 자세를 낮춰 사과했으나 청와대와 친박계의 목표는 오로지 사퇴로 보인다.

심지어 유 원내대표가 끝내 사퇴를 거부할 경우 친박계 최고위원이 동반사퇴하는 카드도 공공연히 거론하며 압박하고 있다. 지도부 와해로도 이어질 수 있는 '극약 처방'이자 '친박의 반격카드'로도 간주된다.

최고위원 동반사퇴 카드는 유 원내대표에 대한 압박일 뿐 아니라 지도부의 정점인 김무성 대표를 향한 무언의 메시지이기도 하다는 관측이다.

지도부 와해에 이은 조기 전당대회로 가는 길을 택할지, 아니면 유 원내대표의 손을 놓을 것인지 양자택일을 하라는 얘기이다.

이 뿐만 아니라 아직은 설익었지만 대통령과 친박계가 탈당한 후 신진 세력을 규합해 보수 진영에 새판짜기를 시도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어떠한 경우든 친박계가 집단 행동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청와대 정무·홍보수석을 지낸 이정현 최고위원은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가정에 대해 "유 원내대표가 끝까지 책임지길 거부한다면 그 어떤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최고위는 김무성 대표를 정점으로 선출직인 서청원 김태호 이인제 김을동 최고위원, 지명직인 이정현 최고위원과 당연직인 유 원내대표, 원유철 정책위의장까지 모두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원래는 9명이지만 아직 김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 한 명을 공석으로 남겨 놓고 있다.

이들 가운데 서청원 김을동 이정현 최고위원은 대표적인 친박계 의원으로 분류되고, 김태호 최고위원 역시 거부권 정국에서 유 원내대표의 책임론을 주장하며 청와대와 코드를 맞추고 있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뜻을 같이 하는 최고위원들이 동반 사퇴한다면 현재의 지도체제는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2011년 홍준표 대표 체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완패와 당시 일부 의원 보좌진의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연루 파문에 휩싸이자 당시 선출직이었던 유승민·남경필·원희룡 최고위원이 사퇴하면서 홍 대표가 이틀 만에 백기를 들고 사퇴한 바 있다.

그 후 등장한 게 박근혜 대통령의 비상대책위 체제였다.

친박계는 내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문제를 본격 제기할 태세다.

한편, 전날 박 대통령이 "국민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만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 정치 개혁 차원의 새판짜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이 탈당하거나 또는 친박계가 집단 탈당해 신진 세력을 규합해 창당할 것이라는 정계 개편 시나리오다.

앞서 지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후 제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을 상대로 압승을 거뒀던 장면과 오버랩 되는 측면도 있다.

관건은 세력 규모와 명분이다.

친박계는 지난해 7·14 전당대회에서 당 장악에 실패했으며, 서울시장과 국회의장에 김황식 전 국무총리, 황우여 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각각 밀었으나 결과는 완패였다.

게다가 거부권 행사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찬반 여론이 팽팽해 어느 세력이 뚜렷한 명분을 쥐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워 탈당이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친박계의 지도체제 흔들기도 이런 차원에서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박 대통령의 '배신정치 국민심판' 발언을 놓고 여권발 정계개편 및 대통령 탈당설 등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 "소설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