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였다. ‘봉건시대 여왕’, ‘악몽과 같은 독재정권’, ‘공안 통치’ 등의 거친 표현도 불사했다.
박 대통령에게 사과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까지 비난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적의 적은 동지’라는 이유에서 박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온 유 원내대표를 엄호했던 스탠스에서 달라진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26일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했고 이종걸 원내대표는 24시간 국회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지도부 전체가 똘똘 뭉쳐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결 일정이 잡힐 때까지 배수진을 치겠다는 각오다.
◇문 대표, “박 대통령이 메르스 사과 없이 여야에 책임 떠넘겨”=문 대표는 “박 대통령이 국회를 능멸하고 모욕했다”면서 “‘배신’이니 ‘심판’이니 온갖 거친 단어를 다 동원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할 수만 있다면 국회를 해산해버리고 싶다는 태도였다”고 했다.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에 대한 사과 없이 여야 모두를 비판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대통령의 의회 능멸이 도를 넘었고 의회가 당리당략으로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고 경제무능의 책임을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다. 이어 “국민은 무능 대통령에게 이제 남은 것은 오직 남 탓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남 탓으로 무능을 숨길 수는 없다”며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가 현실을 바로잡는 출발점”이라고 사과를 촉구했다.
또 문 대표는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정쟁을 부추기고 있는 까닭이 무엇인지 의심스럽다”며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정국을 전환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의 반성과 결단도 촉구했다. 문 대표는 “국회법을 국회본회의에 즉각 재의하고 의결에 성실히 임하자”고 새누리당에 공식 요구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박 대통령이 국회를 모욕하고 국민을 공격할 때가 되니까 직접 나서서 이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의원총회에서 맹공을 이어갔다. 이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다시 한번 대통령의 협박에 굴종한 일을 선택하는 듯 보인다”며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성난 여왕님 모습” 등 극단적인 비난도 나와=전병헌 의원은 최고위원 연석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아마도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니까 국면전환을 위해서 국회와의 전쟁을 선택한 것 같다”며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과 여야가 합의하여 처리한 법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문제지만, 그 발언과 태도는 더더욱 최악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자신을 봉건시대의 여왕쯤으로 착각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어제 모습은 봉건군주제의 성난 여왕님 모습이었다”고 꼬집었다.
추미애 최고위원은 “여당은 오금을 저린 나머지 법안을 책상 속에 집어넣겠다고 한다”며 “그런 충성서약으로 민주주의가 지켜지겠나”고 말했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염치는 어디가고 눈치만 남았다”며 “살아있는 헌법을 사도세자처럼 뒤주에 넣어 질식사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국회법 개정안 폐기 후폭풍… 새정치연합 “대통령, 국회 능멸” 반발
입력 2015-06-26 1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