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후폭풍-대통령 탈당설에 최고위원 사퇴설 그리고 신당 창당설

입력 2015-06-26 17:38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 가운데는 김무성 대표, 오른쪽은 정갑윤 국회부의장.

새누리당이 거부권 정국의 후폭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여전히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포기하지 않은 분위기다.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여전히 정국의 뇌관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흉흉한 시나리오 속에 휩싸여있다. 여당 내부에서 금기어였던 대통령의 탈당이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상황이다. 친박 성향의 최고위원들이 집단 사퇴해 김무성 대표 지도부를 흔들 수 있다는 전망도 떠돈다. 박 대통령의 탈당 이후 친박 의원들이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온다.

청와대는 26일 이 같은 시나리오들에 대해 “소설 같은 얘기”라는 일축했다. 새누리당 지도부 인사들도 “박 대통령의 탈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극단적인 내용의 시나리오들이 새누리당 주변에서 확산되는 것은 풍전등화(風前燈火)와도 같은 여권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 주소다.

◇불씨 꺼지지 않은 ‘유승민 사퇴론’=새누리당이 지난 25일 의원총회를 통해 유 원내대표를 재신임을 하기로 뜻을 모았기 때문에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는 일단락된 것처럼 보여졌다.

하지만 기류는 하루 만에 달라졌다. 청와대가 유 원내대표 재신임 결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피력했다는 사실이 새누리당에 전해졌다. 한 친박 의원은 “새누리당이 유 원내대표를 재신임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어떻게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고 얘기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진정한 리더라는 것은 거취를 누구에게 묻는 게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듣고 있다”면서 유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는 “의원들의 생각도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유 원내대표를 재신임키로 한 의총 결과를 따라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비박(비박근혜)계 의원은 “청와대와 친박이 의총에서 재신임 받은 유 원내대표를 끝까지 흔들 경우 많은 의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친박과 비박 간의 내전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다.

◇대통령 탈당설에, 최고위원 집단 사퇴설, 신당 창당설까지=영남권 친박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새누리당은 더 이상 여당이 아니라는 게 박 대통령의 인식 같다”고 말했다. 그러니 박 대통령이 탈당을 결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친박계인 이장우 의원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의 탈당설과 관련, “여당이 대통령의 국정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그런 결정도 할 수 있다”면서 “원인을 제공했던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게 원활한 당청 관계를 위해 좋다”고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친박 성향의 최고위원들이 집단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친박 성향의 서청원 김을동 이정현 최고위원에다 거부권 정국에서 유 원내대표의 책임론을 고수하는 김태호 최고위원이 전격적으로 사퇴 카드를 던질 경우 김무성 지도부는 와해될 위기에 빠질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박 대통령과 친박 의원들이 동반 탈당하는 ‘경우의 수’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발 정계개편이라는 핵폭풍이 불어 닥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나리오들이 현실성이 떨어지며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새누리당이 어떤 결과에 직면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