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26일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거듭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날 의원총회 직후 “송구스럽다”는 사과 발언보다 더 직접적인 표현을 쓰며 한껏 낮은 자세를 보였다.
유 원내대표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정책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에서 “박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대통령께서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 나가려고 노력하고 계시는데 여당으로서 충분히 뒷받침해주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올린다”며 “박 대통령께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대통령께서도 저희에게 마음을 푸시고 마음을 열어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축사 도중 “따로 준비했다”며 품에서 A4 용지를 꺼내 이 같이 말했다. 사실상 박 대통령에게 보낸 ‘반성문’인 셈이다.
유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연계 처리한 것에 대해서도 “원내대표로서 가장 노력을 기울인 점은 훗날 박근혜정부의 개혁과제로 길이 남을 공무원연금 개혁이었고, 어떻게든 이 정부의 개혁 성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진심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도 100% 만족스럽지는 못하겠지만, 공무원연금 개혁 국회통과를 가장 절실히 원했던 것으로 믿었다”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이 지적한 경제활성화법에 대해서도 “야당이 반대하면 꼼짝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고 자성했다. 또 “저는 박근혜정부와 박 대통령의 성공을 누구보다도 간절하게 바라는 사람”이라며 “그 길만이 이 나라가 잘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소신을 굽히지 않는 평소 성격을 감안하면 이틀에 걸친 사과표명은 이례적인 ‘로키’(low key)다. 그는 수여식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경색된 (당청) 관계부터 푸는 게 문제”라며 “대통령께 죄송하단 말씀을 드리고, 필요하다면 더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거부권 정국 파장] “대통령께 거듭 죄송하다” 고개 숙인 유승민
입력 2015-06-26 2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