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총리-공영방송 사장 충돌 - 테러연루 의심자 생방송 출연 놓고

입력 2015-06-26 13:01 수정 2015-06-26 13:13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왼쪽)와 마크 스콧 ABC 사장

호주의 공영방송인 ABC가 ‘테러 동조자’로 의심되는 인물을 시사토론 프로그램에 참여시킨 문제로 토니 애벗 총리와 마찰을 빚고 있다.

ABC의 생방송 시사토론 프로 ‘Q&A’ 측은 지난 22일이 테러 동조자로 의심받는 자키 말라를 청중 자격으로 참여시켜 발언까지 하게 했다.

테러 연루 혐의를 받던 말라는 2005년 재판 끝에 무죄가 됐지만 이후 정보요원들을 살해하고 자살하겠다고 위협해 복역하는 등 호주 정부로부터 요주의 대상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테러 혐의를 받는 이중국적자에게는 판결 이전이라도 시민권을 박탈하도록 하는 정부 법안에 대해 자신의 사례를 언급하며 법안대로라면 무죄 판결을 받은 자신도 시민권을 박탈당했을 것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또 패널로 참여한 여당 의원이 자신을 향해 “나라 밖으로 내보내지는 걸 보고 싶다”고 하자, 그런 발언이 많은 호주계 무슬림들의 이슬람국가(IS) 합류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일부 청중은 말라의 발언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애벗 총리는 “좌파 패거리가 범죄자 겸 테러 동조자에게 선전의 장을 제공했다”고 비난하며 정부의 조사 방침과 함께 방송 보이콧, 제작진 인사 조치 요구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ABC 측은 방송 다음날 성명을 통해 판단에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부측 비난이 계속되자 마크 스콧(52) ABC 사장은 25일 밤 멜버른의 한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면서 “우리는 국영방송이 아니라 공영방송”이라고 맞받아쳤다.

스콧 사장은 “당신들은 누구 편이냐”는 애벗 총리의 비난을 상기시키며 “우리는 분명히 호주편”이라며 “우리 방송이 북한이나 러시아, 중국 같은 국영방송이 되길 희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콧 사장은 “표현의 자유 원칙은 우리가 기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프로그램 제작진이 미리 녹음된 질문을 준비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시하면서, 정부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가 전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